*가뭄 1. 쩍쩍 갈라지는 메마른 마음이였다가도, 촉촉한 단비처럼 충만한 마음이였다가도, 다시 또 건조해지고, 또 다시 촉촉해지고. 이게 사는 것이라면 사는 것이고, 견디지 못한다면 고통인 것이고. 2. 모든지 녹아버릴 것만 같은 더위 속에서 숨이 막힌다 뭔가 하고 싶은 생각보다는 그냥 얼떨떨하다 알량한 나는 그 관심에 또 다시 눈이 멀 것만 같아서 또 겁이 났다 눈이 멀어 마음을 기대면 결국 또 다시 무너질 것이 분명하여 두려웠다 예전에는 울면 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조금은 되었는데 이제는 운다고 달라지는게 없다는 걸 피부에 와닿게 느끼면서 울 마음도 울 생각 자체도 없다 (이러다 결국 언젠가 터지겠지만) 상처를 받은 나에게 그나마 그렇게 한 게 내게 예의였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질문 1. 넌 겁도 안나니. 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말을 듣고 내 마음이 결국 변할지도 모르는데. 왜 넌 겁이 안나니. 나는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내는 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변한 건 아닌가 솔직히 겁이 났는데. 어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지. 앞으로는 홧김에라도 그러지 마. 나 겁나기 싫으니까. 그리고 너는 겁을 좀 먹어. 겁을 좀 먹어봐야해. 2. "새 책을 샀을 때 새 책 냄새를 맡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앞으로 내가 너의 조각을 추억하게 되는 일은 없겠지?" 이 말을 하고 난 뒤 너의 조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너의 조각으로 말하자면,멍 하게 창 밖을 베시시 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너의 조각이야. 생채기가 난 가구나 올이 풀린 옷따위를 바라보면 떠오르는 것..
*재정비 PVC로 만들어진 (다이소에서 저렴하게 산) 요가매트를 버렸고, TPE로 만들어진 그나마 조금은 비싼 요가매트를 샀다. 다음주에는 꼭 머리를 하러 미용실을 갈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뭔가 주말에 머리를 하는 것보다, 평일에 머리를 하는 것이 더 남는 것이라는 생각이 괜히 들었다. 이제는 입지 않는 속옷들과 몇가지 옷들을 버렸고, 화장대에는 쓰지않는 화장품들도 과감하게 치워버렸다. 근 3달여동안 3주에 걸쳐 받은 젤네일을 모두 다 떼어버리고, 그냥 메니큐어를 발랐지만 또 까졌다. 그래서 아세톤으로 몽땅 지웠다. 다른 색으로 한번 더 발라볼까 생각중인데 내 스스로 내 손톱에(특히 왼손이 오른쪽 손톱들을) 발라주는 것이 너무 어렵다. 사실 머리는 몇 번이고 단발로 자를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일단은 ..
*눈치 1. 남이 어떻게 생각하던간에 남의 눈치도 안보고 막말을 일삼는 사람이나, 몰래 남의 SNS를 뒤져보고는, 다른 사람한테 내 얘기를 다 아는 척 말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위치도 모른 채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보며 갈피를 못잡는 사람이나. 누가 더 이상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경중을 따질 수 없다. 그냥 다 이상해.2. 시간의 흐름대로 눈치보는 대상이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러다 눈치보지 말고 내 소신껏 살자고 수도 없이 다짐하고. 3. 언어를 잘하려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주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생기고, 할 말이 많아진다. 그러면 언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또 사용하고. 내일도 어떤 주제든간에 꼭 열심히 말하자. 사실 남의 눈치를 보느냐고 퍼즈가 걸린게 아니라, 내가 어떤 ..
*첫 출근 작년 9월쯤 영어학원에 처음 등록하고 초급반을 3개월 정도 다닌 후 중급반으로 올라갔다. 그 당시 중급반 선생님은 진짜 어마어마하게 깐깐하고, 초급반 선생님과는 발음과 말의 스피드가 완전 다르고, 하루에 나눠주는 핸드아웃만 4~5장이였다. 무조건 그걸 다 외워야했고, 질문이 오면 대답도 3마디이상 꼭 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였고, 항상 하이텐션을 유지한 허스키한 목소리는 우렁차게 교실을 울렸다. 그런 그녀의 수업에 난 항상 긴장을 해서 중급반 올라간 후 첫 한 달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았고, 결석 한번 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내가 중급반 올라간 지 2개월정도 지났을 무렵, 갑자기 하루아침에 그만두었다. 추후에 듣기로는 학원 원장과 트러블이 있었고,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못을 하지 않았..
*무게 네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와, 내가 느끼고 있는 살아감의 무게가 얼마나 다른지 사실 가늠하긴 어렵다. 우리는 애초부터 사고방식이 달랐고, 네가 어떤 생각을 말하면 어떻게 저런 식으로 생각할 수가 있지, 라고 새삼 깨달으며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까. 다투었을 때도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더 슬픈 것 같고, 내가 더 아픈 것 같은데, 너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도 내가 그 사람을 보는 것과 우리는 완벽하게 같은 시각이 되진 못했다. 웃음의 포인트도 종종 많이 다르고, 밥을 먹는 습관이라던지, 하나의 행위에 대한 생각들이라던지, 그런 것이 많이 달라서 나는 너를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느끼는 살아감에 대한 무게는 아직 대부분..
*손수건 1. 분홍색 배경에 장미가 가득가득 담겨져있는 손수건을 들고 다닌지 약 10일정도. 원래는 코스터용으로 샀다. 회사에서 자리를 변경하여 책상도 다른 종류로 바뀌었는데, 유리가 깔린 책상이였다. 그냥 유리가 없었던 책상일 때는 잘 몰랐었는데, 유리책상을 쓴 후 커피를 사서 책상에 두면 온도차로 이슬이 맺혀 책상 유리에 물이 흥건해져서 다른 종이를 두거나 할 때 물이 많이 묻었다. 그래서 코스터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코스터를 검색해봤는데, 딱히 마땅하게 마음에 쏙 들게 예쁜 것도 없고, 가격은 싸지만 배송비는 비싸고(코스터를 사는건지, 배송비를 내고 코스터를 받는 것인지), 비싼 것은 사기 싫고, 그래서 고민하다가 문득 손수건이 딱 떠올랐다! 그렇지, 내가 손수건이 없었지. 안그래도 작년 겨울에 큰 ..
*플레이리스트 1. 다른 스트리밍서비스에도 이런 기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쓰고 있는 스트리밍서비스에는, 작년 이 맘때쯤 들었던 노래들을 보여주는 기능이 있다. 가끔씩 작년 플레이리스트를 보고 있으면, 작년의 내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름 밤에 창문을 열어두고, 조그만 책상을 펴놓고 한국어교원자격증 공부하던 내가 생각나고, 퇴근하고 집으로 어느때보다 힘차게 걸어오면서 듣던 내가 생각나고, 심지어 제작년에 베트남으로 여행가기 전 자주 듣던 노래를 떠올리며 다시 들었던 내가 생각나고, 좋아하는 카페를 가려고 전철에서 이어폰을 끼고 당산철교 건널 때 한강을 바라보던 내가 생각나고, 가끔 평택 원래 집이 그리운건지, 대학교가 그리운건지, 아파트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며 그 때가 그리..
*신뢰 1. 어느새 출근하기 전 영어학원을 다닌지도 9개월 째에 접어들고 있다. 물론 첫 날보다는 아주 조금 늘긴 했다. 중간에 아주 추운 12월은 거의 쉬었던 것 빼고 꾸준하게 매일 아침에 영어학원에 출석하고 있다. 지금까지 영어학원 선생님이 4번 바뀌었다. 그 중 처음 두 번은 초급반 선생님이였기에 레벨업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었고, 세 번째 선생님은 원장이랑 사이가 좋지 않아서 스스로 그만둬버렸다. 네 번째 선생님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나를 많이 예뻐한다. 은근 반 년정도를 매일 아침 얼굴을 보다보니, 정도 들었고, 아주 미미하지만 그나마 내가 조금씩 느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루는 머리를 묶고갔더니 머리를 묶었다며 좋아하고, 또 하루는 똥머리를 하고 갔더니 또 머리를 바꿨..
*순대 1. 어릴 적에 하루는 외출하고 집에 들어오시는 엄마 손에 순대 한 봉지가 들려 있었다. 먹고 싶어서 사오셨다면서, 같이 먹자는 엄마의 한 마디와 함께. 초등학생 꼬맹이였던 나는 왜 떡볶이를 사오지 않았냐며, 순대만 사오면 맛이 없지 않냐며 투덜댔다. 그 당시 나는 순대보다 떡볶이를 훨씬 맛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마는 어른이니까 떡볶이보다 맛없는 순대를 더 좋아하는구나, 라고 생각했었다. 분명 내게 순대는 떡볶이를 일단 시키고, 뭔가 심심하니 서브로 시키는 음식이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종종 떡볶이가 아닌 순대만 떠올랐다. 떡볶이보다 순대 특유의 고소한 맛을 느끼며 맛소금에 찍어먹고 싶어졌다. 순대를 도대체 어디서 팔았더라. 집에 가는 길에 동네에 뭐가 있었는지 떠올려보았다. 아, 집 가까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