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1.가득한 빛.갈라진 바닥.쌓이지 않은 듯 쌓인듯한 먼지.틈이 있는 방충망.텅 비어있는 것.낯선 길, 동네, 사람들, 가게.공간에 대한 노력.안도감과 혼란스러움의 공존.그리고 마음, 마음, 엇갈린 마음들. 2.낯선 곳은 하루빨리 익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그 낯선 곳이 내가 자주가야하는 곳이라면 더더욱.낯선 곳에 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혼잡해진다.그래서 방향치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가게, 도로들 등등한 장면이라도 더 내 머릿 속에 넣으려고 애쓴다.나중에 다시 그 곳에 갔을때 기억 속에 한 장면이라도 매치되는 곳이 있다면 마음이 안정된다.그렇게 여러 곳을 눈에 담았다. 3.갈피를 잃었고,갈피를 다시 잡고 싶었다. 4.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할일을 하며,때로는 시시콜콜한 농담도 던..
*어느새 1.야, 죽을래?아 왜~! 전화 받자마자 죽을래라니! 왜 이렇게 연락이 안되는거야, 전화통화하기 참 힘드네미안해 아까 전화하기 힘든 상황이였어. 잘 지내?나야 뭐 그럭저럭 잘 지내지. 원래 얼마 전까지만해도 힘든게 조금 있었는데 이젠 뭐 괜찮아.그래? 왜 힘들었는데! 힘든건 다 해결된거야?아니 뭐 해결된 건 아닌데, 이제 그려러니 하고 있지 뭐. 넌 잘 하고 있냐. 얼마나 성장했는지 궁금해서.나 그냥, 그럭저럭 하고있어. 하하. 다른 무슨 일은 없고? 응 나도 그냥저냥. 요즘 카페하고 싶어서 다시 구상중이야. 너나 나나 머리가 그쪽으로는 핑핑 돌아가잖아. 흐흐. 맞아. 그렇지. 요즘 생각하고 있는 컨셉이 있는데.뭔데뭔데?그냥 보통 카페간다고 하면 엄마가 되게 비싼데를 왜 가냐고 하잖아. 응응.근..
*돌아오지마 1.멀리 간다고 말했다.그리고 멀리 떠났다.그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다.그 곳에서 아프지 말았으면 좋겠다. 2.내심 아빠는 나에게 많이 서운했나보다.나에게 다신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애교가 더 많고, 더 사근사근한 딸이 되고 싶은데.왜 나는 그러지 못했을까.앞으로는 그럴 수 있을까.노력하자. 노력하자. 3.새파란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언제까지나 새파랗으면 좋겠는데,그렇게 된다면 언제까지나 서툴꺼다.서투르지 않으려면 새파랗지 않아야 하는 걸까.새파라면서도 서툴지 않을 수 있을까.천년만년 새파란 것이 좋은데.하지만 천년만년 서툴기는 싫다. 4.생각보다 나는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였다.항상 나는 널 탓했다. 너의 사고방식을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너의 마음을 의심했다.나를 많이 사랑하지 않..
*꽃다발 1.4시간을 꼬박달려 경북대에 거의 도착할때쯤 경북대 주변 꽃집에 전화를 걸었다.3개의 꽃다발을 주문하고 20분 뒤 꽃집에 도착했다.꽃집은 아담했으며 소소했다.꽃집에 들어가니 두 개의 꽃다발은 예쁘게 만들어져서 물이 조금 찬 양동이에 자리잡았고, 아주머니께서 나머지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고 계셨다.양동이 안을 보니 자두만한 새빨간 장미들이 옹기종이 모여있는 꽃다발과,라넌큘러스 몇 송이가 포인트 삼아 만들어진 꽃다발이 눈에 들어왔다.꽃 색의 조화가 예뻐서 쳐다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그리고 아주머니가 만들고 계신 꽃다발로 눈길을 던졌다.마지막 꽃다발은 엄청엄청 큰 보랏빛 수국이 포인트로 잡힌 꽃다발이였다.아주머니는 특별히 하나는 더 멋있게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만들었다고 하셨다.수국은 특별히 시..
*마음의 방향 내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이 어느 쪽인지는 사실 나 조차도 모르겠다.언제쯤 그 방향을 알까.난 아직 방황중이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아픔 1.나는 상처받기가 싫었다.그래서 내게 가시가 돋았는지도 모른다.어떻게 해서든 내 자신을 방어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오히려 가시돋힌 말들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다.그게 어떤 때에는 습관이 되어서 정말 아무런 사심없는 말들까지도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적이 종종 있었다.그렇게 생각지못하게 오해를 산 적도 많았고,상처받은 타인이 내게 먼저 다가와 그런 이야기를 건네기도 했다.그럴때마다 차라리 내가 조금 더 유해지고 상처를 받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보았지만말처럼 쉽게 되지 않았다.어느 순간 내가 먼저 철벽방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느껴졌다.그래도 옆에서 나를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어떻게든 내 편이 되어주고, 내가 잘 못 던진 이야기들이나, 말투 등을 바로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
*당연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1.독이 되었다.당연하다는 생각이 나에겐 독이 되었다.내가 내 무덤을 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내 안에서 공고하게 뭉쳐진 당연함은,단단하게 뭉쳐진 당연함이 그대로 나를 때리고 지나갔다.착각과 오해의 문제가 아니였다.그것들보다 훨씬 더 차원이 높은 것들이였다.나는 그 당연함을 지키려고 했지만,본질부터 틀리게 뭉쳐진 당연함은 지켜낼 수 없었다.수 많은 번뇌 끝에 그 당연함을 버리기로 마음 먹었다.사실 당연함은 내 가치관과 한 끝의 차이이기에 버리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그래도 내게 독이 되는 것을 부러 들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2.너와 내가 한 배를 탔다고 해서앞으로의 항해 내내 순조롭진 않겠지. 3.집 앞에 도착해서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의 문을 열었는..
*순간 1.2주 전부터 목이 갑갑하더니, 의사가 편도염이라고 했다.목 안이 다 헐고, 목 안에 백태까지 생겼다고 한다.몸에서 열도 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3일을 꼬박 집에서 쉬었다.아, 그리고 의사가 커피도, 술도 모두 마시면 안된다고 했다.그 두 가지의 금기사항이 나를 생각보다 답답하게 만들었다.왜 나는 꼭 여름이 되면 아플까. 겨울에는 감기 한 번 안걸리고 멀쩡하더니.예전에도 여름에 몸살이 제대로 나서 일주일동안 방 안에서만 골골대며,겨우 아빠가 지어온 정체불명의 센 약을 먹고 나은 적이 있다.여름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여름만 되면 아파서야 되겠나.내년 여름에는 아프지 않길 다짐해본다.몸에 컨디션이 급속도로 나빠져서 몸이 내 말을 듣지 않을 때가 제일 싫다.몸이 아프면 무기력이 찾아온다. 제발 아..
*고요 1.지금까지의 나는 감정의 선을 잘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누군가에게 드는 감정이 지나치게 선을 넘어버리면,넘은 선을 쉽게 잊을 수 없고, 쉽게 그 선을 넘어버릴 수 있기에.최근에 지금까지 살면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꼈다.특히 똑같은 '화'가 나더라도,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은 실로 다양했다.동시에 내가 지금껏 '화'라는 감정을 다채롭게 느껴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최대한 '화'를 내지 않으려고 했고,'화'가 내 자신을 감싸지 않게 노력했었다.하지만 '화'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었기에.다양한 '화'들이 나를 지나칠 때마다, 그 '화'를 표출하지 못했다.그냥 당황스러웠다.이런 감정을 느끼는 내 자신에게 당황했다.어떻게 이야기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하나도 떠오르는 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