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1.가끔 놀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기분이 나아지는 그런 상황들이 있다. 짜증 나고 힘든 순간에 '이건 놀이야. 이건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하는 그런 놀이야'라고 생각한다면 내 마음이 조금 덜 다친다. 2.같이 무언가를 하다 보면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신나게 노는 것처럼 굉장히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같이 청소를 해도 그렇고, 운동을 해도 그렇고, 시장에서 장을 봐도 그렇고, 이사를 해도 그렇다. 앞으로의 인생도지금처럼 신나게 살아보자고.3.도무지 그칠 것 같지 않은 거센 비가 내리는 여름, 우리는 발가락으로 제로를 했다. 발가락 제로는 처음인데 생각보다 즐거워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그때를 잊지 말자며 추억으로 남겨둔 발가락 20개 중 4개의 엄지발가락들을 치켜 올린 사진..
와, 올해 11월은 정말 힘들었다.잇몸에 염증이 자꾸 성이 나서 거의 1주를 정신 못차렸는데한쪽 괜찮아지니 또 한쪽이 말썽이고,신경은 온통 예민해져있고,하루종일 짜증+짜증만 났던 날이 대부분이고,회사에선 상사한테 싫은 소리 들어야 했고,전혀 생산적인 것은 할 생각도 안났고,받지 않아도 될 스트레스였지만, 그게 엄청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고,사이가 좋았던 동료와도 멀어졌다.마지막 날까지 이래야겠니. 이보다 더 최악이지 않았던 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12월이 되니 조금 정신이 맑아지고, 원래 페이스를 찾은 것 같이 느껴지는데,이 느낌이 부디 맞길.
*겨울 코트1.올겨울 아직 입지 않은 코트가 입은 코트보다 더 많다. 언제 다 입지. 한 코트를 입다 보면 계속 손이 가서 다른 코트에 손이 안 간다. 그래도 아끼면 다 똥이 된다는 말처럼 있는데 입지 않으면 그 가치가 사라지니 열심히 일부러 의식적으로 다 입어야겠다. 이러다 롱패딩 한 번 입으면 코트는 끝인데.. 겨울에 입을 코트들이 적당히 색 별로 있지만 요즘엔 밝은 파스텔톤 코트를 사고 싶어서 쇼핑몰에만 가면 괜히 눈길이 간다. 예쁜 색깔에 혹해서 지갑을 열까 싶다가도 아직 지난봄 드라이클리닝을 맡긴 후 비닐에 그대로 쌓여 행거에 걸려있는 코트들을 한 번 더 생각하며 다시 내려놓았다. 2.지난 일 년 동안 입지 않는 옷은 모두 버려도 된다는 말이 있던데 아직 그 말을 실천하진 못했다. 버리면 아쉬운..
*코스트코1.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특정 초콜릿을 먹고 싶다고 했었다. 근데 그 말을 기억하고 어느 날 코스트코 갔다 온 김에 그 초콜릿 제일 큰 한 봉지를 내 앞에 턱 내놓은 예쁜 마음을 기억한다. 지금은 그 초콜릿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 아껴먹고 있다. 2.어제 우리 집에 처음으로 놀러 온 친구들이 있었다. 웰컴드링크로 복숭아 맛과 향이 나는 와인을 얼음에 칠링해서 줬고, 같이 먹을 안주로 코스트코에서 산 체리페퍼를 반 자른 후 참크래커 위에 올렸다. 처음 먹었을 땐 은근 크림치즈와 페퍼의 비율이 애매한 것 같으면서도 또 맛이 매력적인 것 같이 느껴져서 안 살 수가 없게 된 놈이다. 벌써 두 번째 산 친군데, 바닥에 3-4알 밖에 안 남았다. 다 먹으면 또 코스트코가서 사야..
*아파트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공기 마시며 기지개 펴고,여름이면 눈 비비고 요가 매트 들고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도 하고,겨울에도 담요 둘둘 걸치고 따뜻한 커피 들고 하늘 보면서 마시고,동그란 보름달이 뜨는 밤엔 바깥에 나가 별구경, 달구경 하고,눈이 오면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째즈나 캐롤 틀어두고 눈 구경하고,이불 빨래는 쨍쨍한 햇볕 아래 뽀송하게 말리고.아파트보다 내 기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찾고 있다.난방비,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가늠이 안되지만,벌레들이랑 얼마나 많이 마주칠지는 모르겠지만,일단 차근차근 해보자고.-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빈칸인생에 있어서 빈칸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빈칸,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빈칸,마음속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각들 중 유턴이 가능한 빈칸,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는 빈칸,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빈칸,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빈칸,좋은 취미와 난생처음 듣는 음악을 넣을 수 있는 빈칸 따위들 말이다.-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
*척추회사에 척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 면접을 봤었던 면접관이었다. 그 면접에서 나는 불안과 긴장보단 위안을 얻었고,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 입사를 했다. 입사 초반에 여러 업무를 배우기 위해 그분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었는데 인상 깊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 처리는 당연히 완벽했고, 상황에 따라 팀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해야 할 때에도 감정 하나 섞이지 않고 원인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들을 깔끔하게 설명하다 보니 모든 팀원들이 다 그 분을 따르고 좋아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나는 다른 부서로 옮겨갔기 때문에 그 분과 업무적으로 거의 겹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리더의 모습은 딱 저런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서, 멀리서 지켜봤다. 낯선 지역, 낯선..
*시험1.불가피한 학교 시험, 자의에 의한 시험 모두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시험 보기 직전, 시험 준비가 어느 정도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 자신감 70%, 혹시 모를 (내가 공부하지 않은 범위가 나온다든지, 공부를 한 부분이지만 너무 심화로 변형되어 나온다든지 등등) 일에 대한 불안함 15%, 떨림과 긴장감 15%가 내 몸의 전체를 짜릿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는 내가 변태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2.아무 걱정 없이 학교 시험을 대비한 공부만 했던 때가 좋았던 때였을 지도 모른다. 3.대학교 시험 기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종종 과거에 도서관도 못 가게 한 사람이 생각난다. 나를 꽁꽁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인지, 도무지 지금도 그 심정은 알..
1.말레이시아에 있었을 때 한국인을 만나면 무지 반가웠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더 잘해주고 싶었고,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나 봐. 더 이상 ‘아는 사람’에서 ‘친한 사람’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대화를 걸고, 내가 먼저 웃었던 것 같다.2.먼저 말을 거는 편이 훨씬 많았다. 낯을 가리지 않으며, 어색한 공기도 싫어하는 편이니 꽤나 누군가들에게 말을 시켰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었다. 같은 공기 흐름 속에서 함께 웃고 있으면 순진하게도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겐 “밥 한 번 먹자”가 진심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에 실망이 컸다. 사실 기대를 안 했으면 그만..
*백날 해봐라1.어떻게 보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고 늘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오늘 읽은 책에서 인생엔 비관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매사 밝은 면만 보면 실망감이 크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등 살짝 뼈가 있는 문장들이 계속 서술됐다. 새로운 시각이라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같은 맥락을 가진 글 중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면역력을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앞뒤 맥락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 나의 상식 밖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2."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