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헤이즈의 만추 앨범을 들을 수 없었다. 찬 바람이 불던 서울 한복판에서 하루 종일 마음 둘 곳 없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다가 그나마 익숙해져 버렸다고 생각한 곳에선 내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헤이즈의 만추 앨범을 들으면 마치 그때의 온도가 생각나고, 그때의 마음이 아직도 떠올라서 애써 외면하고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려 했었다. 그 뒤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정확히는 2년하고도 조금 더 지났다. 그 사이 꽁꽁 감추고 눌러왔던 마음들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고, 최근 반년간은 정말 업앤다운이 심했던 감정 변화를 겪으며 그때는 그때일 뿐이라는 것을 야금야금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뒤 가까스로 많은 투쟁 끝에 평화를 겨우 되찾은 어느 주말, 나는 다시 용기 내어 헤이즈 만추 앨범을 꺼내들었다. 그동안 못 들었던 것이 한스러웠는지 주구장창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부터 해가 지고도 한참이 지난 깊은 밤까지 온종일 그 앨범의 전곡을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나는 정말로 한 발자국을 떼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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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2022. 2. 17. 00:24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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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2022. 1. 26. 06:59

누군가가 올 거라는 기대를 품고
카페에서 오매불망 기다리는 꿈을 꿨는데
결국 그 누군가는 오지 않았다.
그런 꿈을 꿨다.
생생했다.
외로웠고 슬펐다.
올 줄 알았지.
좋아하고 보고싶다는 내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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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엄마가 그랬다

그때 2022. 1. 16. 19:21

추운 겨울 새벽부터 밤까지 열심히 걷고 뛰고 웃고 떠들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왔다. 며칠 피로가 쌓인 탓에 기진맥진으로 쇼파에 앉았다. 옆에 엄마가 오늘 어땠냐며 앉았길래, 오늘 하루를 간략히 이야기하고 덧붙여다음날 선약도 취소하고 하루종일 쉬겠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아무생각하지 말고 쉬어. 무념무상"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엄마 생각도 하지마?"라고 말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더니, 엄마가 웃으면서 "엄마 생각도 하지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힝. 진정으로 딸의 무념무상 상태를 바라는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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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2022. 1. 3. 20:31

벌써 하루하루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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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때 2022. 1. 1. 10:09

철없이 보고싶다고 외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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