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Love Is Weaken When It Comes Out Of Mouth - Low-End Project'


햇빛이 쨍쨍 비추고,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일요일 오전에 들으면 좋은 노래.

커피프린스1호점에도 나온 곡인데, 이 드라마를 엄청 재밌게 봤으면서도

막상 이 노래는 뒤늦게 알았다. 좋은 드라마에 좋은 곡을 썼구나, 하는 느낌.

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바다여행 - 티어라이너’라는 곡이 커피프린스1호점 OST 중에 하나였는데,

로우엔드 프로젝트 두 명의 멤버 중에 한명이 티어라이너였다. 바다여행도 무지무지 좋은데.



'보고 싶어서, 안고 싶어서, 만지고 싶어서 - Low-End Project'


바람 한 줄기가 반가운 후덥지근한 여름 밤, 

조용한 공원 정자에 앉아, 공원 밖을 지나가는 많고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들으면 좋은 노래.

역시 로우엔드프로젝트의 노래다. 

로우엔드프로젝트는 이름처럼 프로젝트로 결성 된 그룹이라서 총 4곡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4곡이 전~부 다 좋다는 사실.



'바람이 분다 - 이소라'


2011년 여름과 가을 사이의 어느날 밤. 통화 중에 흘러나온 곡.

그것도 MP3파일도 아닌. 실시간으로 피아노 연주를 한 ‘바람이 분다’.

이렇게 피아노로 직접 친 건 처음 들었다. 처음에 그 반주 부분이 정말 엄청나게 좋았다.

(물론 음성은 없었지만.. 후후) 

더욱이 좋은건, 지금도 이 곡을 듣고 싶을 때마다 실시간 피아노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 루시드폴'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덧문을 아무리 닫아 보아도 

흐려진 눈앞이 시리도록 날리는 기억들

어느샌가 아물어버린 고백에 덧난 그 겨울의 추억

아 힘겹게 사랑한 기억이제는 뒤돌아 갔으니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의 창 닫아 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는 그대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바람은 또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내 맘에 덧댄 바람의 창 닫아 보아도

흐려진 두 눈이 모질게 시리도록 떠나가지 않는 그대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죄인으로 만드네

정말정말 쓸쓸한 곡. 김연우 버전이 먼저 나왔었다. 그리고 그 뒤 루시드폴이 다시 녹음을 했다.

작사작곡은 루시드폴.

추운 겨울 바람이 연상되는 곡. 추운 겨울은 말그대로 정말 추운데, 마음까지 추운 곡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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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어느 날 우리 집으로 익명의 택배가 배달되었다.

뭘까.

굉장히 작은데.

흔들어 보니 뭔가 있긴 있다.

필통에서 커터칼을 꺼내 박스를 꽁꽁 싸고 있는 테잎들을 죽죽 그어 뜯어낸다.

그 안에 작은 시계가 나온다. 

옆에 편지봉투가 있다.

오잉, 뭐지? 하면서 편지봉투를 열어 편지를 읽어본다.

'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마법의 시계' 라고 쓰여있다.

그 시계는 대략 이렇다.

만약에 지금이 2014년 5월 14일 0:00시라고 해보자.

내가 5월 13일 12:00로 돌아가려면 반시계방향으로 한바퀴만 돌리면 된다.

만약 2014년 5월 1일로 돌아가려면 반시계방향으로 두바퀴씩 돌리면 하루 전이 되니까, 

26바퀴를 돌리면 2014년 5월 1일 0:00시로 이동하겠지.

이와 반대로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미래로 가는 거라고 치고. 

이런 수고스러움을 이겨내며 내가 어떤 순간으로 이동하고 싶을지 생각해봤다.

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을까?

어릴 적에 인형을 가지고 놀지 않았으니, 다시 7살로 돌아가서 엄마한테 인형을 사달라고 조를까?

초등학교 1학년때 이사를 가는 바람에 친했던 친구랑 헤어지게 되었는데, 지금은 얼굴과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아 아쉽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나볼까?

중학교 3학년때 공부에 조금만 더 욕심을 내어 특목고를 갔다면 나는 버틸 수 있었을까?

고등학교때 내가 수능을 봤다면 조금 더 좋은 학교를 갈 수 있었을까? 

만약 경영학과가 아닌 다른 학과를 갔다면 지금과 다른 어떤 이들을 만났을 테고,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아니다. 아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일이니 미련이 없다.

그렇다면 미래로 가볼까?

작년 이맘때쯤의 나는 완전 재밌게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럼 내년 이맘때쯤엔 뭐하고 있을까? 

음 아마 내 예상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남은 전공학점을 신나게 채우고 있지 않을까, 하는데. ㅋㅎㅎ

10년 뒤 이맘때쯤엔? 결혼을 했을까? 그렇다면 나랑 같이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은 누굴까?

혹시 외국에 있진 않을까? 나중에 외국에서 꼭 한 번 살아보고 싶은데. 아주, 말고 몇년만.

30년 뒤에 내 모습은 어떨까? 주름이 많이 져 있겠지? 어떤 엄마가 되어있을까?

아, 혹시 엄마가 안되어 있을지도….? 

50년 뒤에 지금 나의 부모님은 살아계실까? 만약 50년 뒤로 시계를 열심히 돌렸는데, 부모님이 안계시면 엄청나게 슬플 것 같다. 매우매우.

물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지만..

혹시나 내가 범죄의 타겟이 되거나 불의의 사고로 인해, 50년 뒤로 돌렸는데 내가 없으면? 

하.. 그것도 엄청 슬플 것 같다.

계속 드는 생각인데, 뭔가 미래를 미리 알고 있으면 엄청난 두려움이 생기거나, 삶의 의욕이 사라지고 아주아주 어쩌면 폐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특정한 한 사람이 이런 시계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만약 모든 사람들이 예견 할 수 있다면,

미리 앞을 내다 볼 수 있게 된다면, 이 세계를 살아가는 의미가 있을까?

신은 머리가 정말 뛰어나다. 인간에게 미리 미래를 보지 못하게 하여, 내일의 희망을, 내일 모레의 희망을,

내년의 희망을, 미래에 대한 막연하거나 구체적인 희망을 가지게 했으니 말이다.

그로 인해 삶의 의욕, 미래에 대한 비전과 목표, 생에 대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인생을 굉장히 재미있고 흥미넘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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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10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한 육교 밑에 어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둘은 우산이 없어서 마냥 먹구름으로 어두컴컴한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내심 속으로는 비가 그치지 않길 바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의 속 마음은 알 턱이 없었다.
머지않아 조금씩 조금씩 비가 그치고 있었고, 그 둘은 잘가라고 인사를 한 뒤, 반대방향으로 뛰어갔다.

9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한 여자아이가 나름 서글픈 이별을 한 후 비를 맞으며 집에서 뛰쳐 나왔다.
가랑비여서 맞고 또 맞으면 옷이 많이 젖을 비의 양이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땐 여름이였고, 감기는 걸리지 않았다.
차라리 이렇게 감기에 걸려서 아팠으면 좋겠다는 어린 생각을 했었다.

8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한 여자아이가 교실 창문에서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을 받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친구들이 와서 엄청엄청 반가워 하면서 고맙다고 외쳤다.
곧 야자 쉬는시간이 끝날 때라서 밖으로 나가진 못하고, 연신 고맙다고, 소리친 후
친구들에게 조심히 가라고, 나중에 보자고 외치는 얼굴엔 함박웃음이 가득했다.

7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전날 과음을 해서 쓰리고 허한 속을 부여잡은 여자아이가 있었다.
해장을 위해 짬뽕이 생각나서 (사실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중국집으로 향하던 중이였다.

6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한 손엔 전공책을 가득 들고, 한 손으로는 우산을 쥐고,
모든 시험범위를 잘근잘근 씹어먹겠다는 비장한 표정으로 도서관으로 향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5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그 당시 살던 집 뒤에 개천이 있었는데, 그 개천 옆으로 걸어가야 횡단보도 등
신호도 안걸리고 엄청 빨리 삼계탕집을 갈 수 있었다.
두 발엔 샌들을 신고, 땅은 고르지 않고 온통 진흙 투성이고, 때론 잔뜩 고인 물을 피하기 위해
돌멩이 위를 통통통 건너가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한 손엔 우산을 꽉 쥐고, 다른 한 손은 쭉 펴며 혹시나 균형을 잃을까,
균형을 잃어서 저 웅덩이에 빠지면 어떡하지, 이렇게 마음을 졸이며 열심히 삼계탕 집으로 향했다.

4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추운 겨울이였는데 눈 대신 비가 왔었다. 나름 정장 차림을 하고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하려고, 직장 뒷 골목에 있었던 쭈꾸미집으로 향하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우산이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고 보고싶은) 언니와 함께 높은 힐을 신고,
추워하며 종종걸음이지만 빠르게 굽는 냄새가 가게 밖에까지 진동하는 쭈꾸미집으로 향했다.

3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아르바이트를 구하러 열심히 뛰어다녔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때 한 곳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었는데, 나름 느낌과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이건 됐겠다, 확신하고
비는 시간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서 가게 문에 ‘아르바이트 구함’이라는 종이가 혹시나 붙은 곳은
없나, 두리번 거리며 발에 땀나도록 돌아다녔다.

2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엄마가 입원한 병원을 가기 위해 열심히 집에서 짐을 쌌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당시 병원에는 다들 상황이 여의치 않아 혼자서 가야만 했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에 와서
이것저것 짐을 챙기고 병원으로 갔다가, 다시 학교에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집에 왔다가 병원에 갔다가,
이런 생활을 반복했다.
공교롭게도 학교, 집, 병원 모두 지역이 달랐다.
하루에 광역버스, 시내버스, 전철, 병원 셔틀버스를 모두 타고다녔다.

1년 전 비가 오는 날에는, 새벽에 눈 비비며 일어나 정신을 바짝 차리기 위해 씻은 후, 열심히 두 손으로
조물락조물락 거리면서 스팸 주먹밥을 만드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주먹밥에 간을 한 방에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두번의 기회는 없다) 조마조마하며 소금을 탈탈 털어 넣고,
깨를 후두두두둑 뿌려서 힘차게 한 손으로 밥을 뒤섞고 맛을 봤는데, 솔직히 정말정말 맛있었다.
기분이 좋아서 스팸을 열심히 굽고 밥에 스팸을 덮은 후, 구운 김으로 동그랗게 밥을 말아서 락앤락통에 예쁘게 담았다.

1년 후 비가 오는 날에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다른건 바라지 않아도 내가 활짝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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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중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쭉 해온 나만의 공부방법이 있다. 물론 엄청 흔한 방법이다.
만약 국사 시험범위가 삼국시대부터 조선까지라고 치자.
우 선 첫번째로 자료 흡수하기다. 아, 수집한다는 게 맞겠다. 교과서, 내가 가지고 있는 국사 문제집들, 그 외 관련 자료들을 모을 만큼 모은다. 정독도 하지 않고 일단 자료를 무조건 모은다. 문제집 같은 경우도 친구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문제집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잠시 빌려달라고 해서 자료를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은다.
그리고 두번째는 정리. 삼국시대에서부터 정리를 시작한다. 예를 들어 신라를 정리한다고 하자. 각 책마다 내용과 강조한 것들이 조금씩 다르다. 이 책에는 A부분이 있는데, 저 책에는 B부분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내게 있는 자료에서 신라를 쭈욱 끄집어내어 내 공책에 정리하고 또 정리한다. 이런식으로 조선시대까지 쭉 정리하다보면 나만의 방식으로 내 공책에 정리가 되어있다. 그렇게 내 공책에는 국사, 영어, 사회 등 이번에 시험 볼 과목들이 쭉 정리되어 있었다. 정리를 하면서 이해한다.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무조건 이해하고 정리를 한다. 이렇게 정리를 한 후, 시험 전까지 계속 읽고 또 읽는다. 이게 나의 공부방법이다.
물론 단점은, 애초부터 나에게 있던 자료들 중 C내용이 없을 경우, 그 내용은 내가 숙지하지 못하고 시험을 본다. 그래서 C내용은 시험에 나오면, ‘어.. 이건 내가 공부하지 않았던 부분이다’라고 생각하며 미련없이 틀려버린다. 이 단점을 보안하기 위해 친구가 공부한 공책과 내 공책을 한번쯤 돌려볼 때도 있다. 하지마나 근본적으로는 자료를 모을때 정말 꼼꼼하게 모아야 된다는 점.
중학교때는 시험기간 일주일 전에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비록 과목수는 많았지만 시험범위들이 적었고, 난이도도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에 대체로 하루안에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는 난이도가 높아 이해하는 데에 시간이 걸려서 정리하는 데도 조금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학교 때는 거의 한달 전부터 찬찬히 시험준비를 했다. 양도 양이지만, 난이도도 어려운 것들이 많아서 내 방식대로 공부하려면, 정리하려면 한달 전부터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해야한다. 한 번은 여유부리고 놀다가 시험은 코 앞인데 엄청 공부를 안 한 적이 있다. 일단 내 방식대로 정리를 시작하는데, 손으로 일일이 다 써야되기 때문에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단을 위한 수단이 된 적이 있었다. 그때 ‘아, 진짜 정리는 미리미리 해야한다’라는 것을 정말 절실히 깨닫고 시간을 많이 두어 정리를 시작한다.

한 번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나는 왜 이런 방법으로 공부를 하는 걸까. 물론 내가 공부하는 방법이 정답이 아닐수도 있고,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왜 나는 굳이 글을 쓰면서 정리하지? 왜 나는 굳이 손으로 일일이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적어가며 (또 그냥 막 적지 않는다. 엄청 예쁜 글씨로 또박또박 적는다) 시간을 소모하는 걸까? 이 정답은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알고 싶어하는, 내가 인지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들이 내 손 안에 있어야 하는 그런 버릇이 있다. 내 손 안에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정말 내 손바닥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 중학교때부터 한 학기에 두 개씩 (중간고사, 기말고사) 시험 공책이 생겼다. 이 시험 공책이 내 손에 들릴 수 있고, 내가 항상 손으로 만질 수 있었다. 그래야 안심이 됐다. 조금 더 나아가서 다이어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IT서비스를 만들고, 때로는 얼리어답터라는 소리도 들어보고, 아이폰에 깔린 앱이 수백개가 되어도 절대 다이어리는 종이 다이어리를 쓴다. 해마다 종이다이어리를 써왔고, 그 다이어리에 스케줄 정리부터 그 날 느꼈던 느낌, 그 날 했던 생각들, 그 날 있었던 에피소드 등을 적었다. 또 유별난 건, 종이다이어리에 절대 숫자가 써져 있으면 안된다. 검정색, 빨간색 색연필로 1년의 날짜를 다 쓰면서 계획을 짠다. 1년 365일의 날짜가 다 적히는대는 20분정도. 그 20분 내에 1년이 내 손에 다 적힌다는 이야기다. 뭐 별건 아니지만 이렇게 내 손에서 다이어리가 쓰여야 하고, 달력도 그렇게 보아야하고. 그래야 정리가 된다. 물론 웹이나 앱에서 연동도 되게 쓸 수 있는 다이어리 서비스 중 훌륭한 것들도 많다. 그렇지만 난 그들의 고객이 되진 못한다. 한 번쯤은 써보려고 했는데, 결국 실패. 아, 여기서 더 나아가면 전자책도 아직 나에겐 맞지 않는다. 앞으로 전자책이 많아진다는 전망을 수도없이 봤지만, 책도 역시 내 손에서, 내가 직접 종이를 넘겨가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그래야 내용이 들어온다. 전자책도 읽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결국 끝까지 못 읽고 실패. 책의 내용은 둘째치고 그냥 많이 불편했다.

이렇듯 항상 디지털과 아날로그사이에서 괴리가 온다. 하는 일은 이런 디지털기기들이 없으면 절대 할 수가 없는 것들인데, 나는 아날로그를 좇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어떻게 하면 아날로그를 디지털에 녹일 수 있을까, 하는 궁리는 오늘도 계속된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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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넌 학생회장이니까 뛰어야 해"

3학년때 체육선생님이 나에게 한 말이다.


이 말 한마디로 나는 난생처음으로 마라톤 대회를 나가게 되었다.

내가 다녔던 중학교는 여중이였고. 우리 학교내에도 육상부가 있었다. 

체육시간에 마라톤 나갈 사람 손들라고 하길래, 당연히 육상부였던 애들이 나가겠지, 하고

딴청피우고 있었는데 체육선생님이 나를 지목했다. 

"네? 마라톤이요? 저요? ?????????"


이렇게 출전신청을 하게 되었고, 날짜를 보니 두 달정도 시간이 남아있었다. 

'으아. 두 달 뒤면 한여름인데 그때 내가 5km를 뛰어야 한다고? 완전 덥겠다 으악'


보통 체력장에서는 오래달리기를 운동장 6바퀴정도.. 800m정도 뛴다.

초등학교때부터 체력장때 다른건 몰라도 오래달리기는 자신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였다.

그래도, 1km도 제대로 뛰어보지 못한 내게 5km는 아예 감이 안왔다. 

도대체 얼마나 먼 걸까…..


육상부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항상 단거리, 장거리 달리기 연습을 했다.

체육선생님이 나도 끝나고 육상부 아이들이랑 같이 마라톤 연습을 하라고 했지만,

그 당시 상당히 뺀질뺀질거렸던 나는 연습도 안하고 학교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러 도망가기 일쑤였다.

학교 운동장을 지나가야 교문이 나왔던 우리학교. 체육선생님한테 잡힐까봐, 친구들 사이에 끼어 

눈치를 살피며 후다다다닥 빠져나갔다. 

'뭐 언젠가 한번 쯤은 연습하겠지' 라는 마음은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체육선생님이 계속 남으라고 했지만……………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마라톤 대회 당일이 다가왔고, …. 난 한번도 연습을 하지 않은 채로 출전하게 되었다.

하 하 하 

당시 중학교 체육복은 빨간색. (교복은 자주색이였다) 단체로 빨간색 체육복바지를 입고, 위에는 반팔을 입고,

학교에서 관광버스를 대절해 마라톤 출발지로 갔다.


우와~ 이렇게 사람들이 많을 줄이야. 일요일 아침이였는데도 불구하고, 마라톤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

마침 그 당시 서해대교가 처음 개통하기 직전이였고, 

대교 개통을 축하하기 위해 그 다리를 왔다갔다하는 것이 마라톤 코스였다.

덕분에 완전 서해대교 근처는 축제분위기.


아무튼 열심히 모여서 스트레칭을 했다. 으쌰으쌰. 쭉쭉. 

막상 출발라인에 서니 뭔가 떨렸다. 

'땅!!!!!!!!!!!!!!!!!!!!!!!'

총성이 울렸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르 출발했다.

그 당시 페이스고 뭐고, 그냥 같은 속도로 열심히 뛰었다.

'절대 쉬지 말고 그냥 쭉 갔다가 돌아오는거야. 속도는 그대로 가자'라는게 나의 전략. 푸하.

아무튼 2km지점이였었나, 그 푯말을 보며 열심히 뛰고 있는데, 

문득 앞을 보니 앞서가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조금 더 뛰어서 뭘까, 하고 봤더니 진행요원들이 테이블에 포카리스웨트를 잔뜩 종이컵에 덜어놓고 

마실 사람은 마시라고 주는 것이 아닌가!

오와 신기해. 나도 받아서 마셨다. 물론 뛰는 도중이라서 엄청나게 소량이였다.

또 열심히 뛰다보니, 앞에 한 가족이 마라톤 출전하는 모습을 봤다. 

엄마, 아빠, 그리고 6살?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

물론 아이는 결국 아빠 품에 안겨서 마라톤을 완주했다.

그리고 그 가족을 추월해 계속 달리니, 앞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뛰고 계신 모습이 보였다.

'아….!' 무언가 머리를 띵 하고 맞은 느낌. 그때 내가 든 생각은 아직도 생생하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그 당시 내 머릿속에서 새로운 장면이 포착되어 기분이 얼떨떨했다.


이러저러한 광경들과 사람들을 보며 뛰다보니 어느덧, 드디어, 결승점이 보였다!

결승점이 보이기 전에는 80%정도 뛰었을때 진짜 엄청나게 힘들었는데, 결승점이 앞에 보이니까 갑자기 힘이 났다.

와다다다 뛰어서 드디어 도착!

기록을 보니, 26분 대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리 나쁘지 않은 기록이라고.

뭐 아무튼 결승점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데, 하나 둘 씩 친구들이 보였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친구들이랑 둘러보고 있는데,

한 쪽에서 엄청 큰 천막에 마라톤출전자들은 모두 무료! 라는 글씨가 보였다.

오? 뭐지? 하고 가보니, 주최측에서 나온건지, 아니면 다른 단체에서 나온건진 모르겠지만

아주머니들이 뭔가를 잔뜩 담은 검정색 봉지를 나눠 주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단 받았다.


받고나서 또 옆에 뭔가가 있길래 돌아다녀보니, 야시장같은 장이 서있었는데, 마라톤 참가자들은 모두 무료라고 또 써 있었다.

친구들이랑 나랑 신나서 호떡도 먹고, 옆에 보니 막걸리도 있길래 한 모금 마셨다. (ㅋㅋ)

그리고나서 검정색 봉지를 열어보니, 안에 컵라면이랑 초코파이 등등 먹을거리가 진짜 잔뜩 있었다.

그 먹거리들을 먹고나니 배가 엄청 불렀고, 어린마음에 마라톤을 하면 엄청 많은 혜택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푸하하

대회가 끝난 후 학교로 메달이 배송되었고, 메달을 받아들고 집에와서 엄마아빠한테 자랑을 했다.


이 때가 나의 첫 마라톤 출전 기억이다.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http://doranproject.tumbl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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