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전설


중학교 1학년 때였나,

한창 노래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노래를 듣는건 좋아한다)

그때는 노래를 부르는 것도 정말 어지간히 좋아했다.

노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그때 한창 오디션박스 라는 작은 노래방 비슷한게 유행했었다.

노래를 부르면 자신의 노래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가고, 거기서 종종 스타가 나왔다.

연규성도 그렇고, 도은영도 그렇고, 김소정 뭐 등등. 지금은 다 기억이 안난다.

거기서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노래를 잘 부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실 나는 음치는 아니였다. 

초등학교때부터 합창부를 했었고, 합창대회에 나가 여러번 수상하기도 했었다.

합창은 화음과, 음을 잘 맞추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노래는 달랐다. 

혼자 부르기 때문에 더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각종 오디션 박스 동영상들을 모은 카페에 가입을 하고,

거기서 노래강의를 보며 열심히 연습했다.

말 그대로 글로 배운 것이다.

그 당시 바이브레이션이 꼭 하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매일 바이브레이션 강좌를 찾아가며, 동영상들을 보고, 글을 읽으며 연습을 했다.

거기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게, 피아노 건반을 반음올리고, 반음내려 치면서 따라하라는 것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바이브레이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신기했다. 따라하면 되는구나, 연습하면 나도 할 수 있구나. 하고.

그리고 한창 노래를 부를 당시,

시에서 노래대회를 한다고 공고가 붙었다.

친구 중에 나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대회에 나가자고 그 친구를 꼬드겨 참가하게 되었다.

(그 친구는 정말 노래를 잘했고, 짧지만 기획사 연습생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부른 곡이, 녹색지대의 ‘가을의 전설’.


선곡은 내가 했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노래를 알게 된 이유는, 역시 오디션 박스 카페. 하하하.

거기서 누군가가 이 노래로 듀엣을 했고, 그 시절 나는 이 노래에 푹 빠졌다.

그래서 친구랑 이 노래를 몇 번정도 연습하고, 무대에 올랐다.

낯익은, 수백번은 더 들은 반주가 흐르고, 서로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넣으며, 그렇게 노래를 마쳤다.

결과는 결선 진출.

푸하.

화음을 넣고 코러스를 맞춘게 심사위원 눈에는 잘해보였나보다. 

근데 나랑 내 친구는 뭔가 이 노래가 불만족스러웠다.

사실 이 노래는 원곡이 남자이기도 했고, 우리의 가창력을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둘이 고민한 결과 결선에서 부를 노래는 다른 곡으로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선택한 곡이,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둘이 부르기엔 참 메리트가 없는 곡.

화음도 없을뿐더러, 그냥 한 곡을 둘이 나누어 부르는 것 밖에 안되지만, 그땐 진지했다.

가을의 전설은 굉장히 많이 들은 곡이지만, 유미노래는 들은 적도, 부른 횟수도 많이 되지 않아 긴장을 많이 했다.

드디어 결선 당일. 우리 차례가 되었다.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는데, 절정인 부분에서 순간 내가 가사를 까먹은 것이였다.

!!!!

친구가 절정 앞부분을 하고 이제 내가 다음 마디를 불러야하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친구가 열창하고 있는 그 짧은 순간 속으로 엄청 당황했다. 그리고 빨리 머리를 굴렸다.

분명히 가사를 몰라 내 순서에 아예 노래를 부르지 못하면 그것만큼 웃긴 상황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내린 결론은 …..

가사를 지어내는 것.

하!하!하!하!하!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긴다. 

그렇다. 나는 그 부분의 가사를 내가 즉석으로 작사해 노래를 불렀다.

진짜 말도 안되는. 하하하하. 지금 생각하라고 하면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냥 떠오르는 대로, 노래에 내용에 맞게, 그리고 내가 부를 부분 음에 맞게 그냥 불렀다.

물론 몇 마디 되지는 않았지만. 푸하.

그리고 우리는 수상을 하지 못했다.

(ㅋㅋㅋㅋ)

1등은 거미 노래를 불렀던 고등학생 언니가 차지했다.

우리는 그냥 결선진출에 의의를 두며 아쉬움을 떨쳤다.

하하하하하하.

정말 지금 생각해도 재미있는 추억이다.

나랑 그 친구랑 지금 노래는 그냥 취미이자 추억이다. 

현재는 노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Epilogue)


그 친구한테 조금 전에 메시지를 보냈다.


나: OO야. 너 혹시 그거 기억나? 가을의 전설

친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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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1. 음악은 신비로운 힘이 있다.

누구에게나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음악은 내게 기억력을 정말 10배로 향상시켜주는 그런 힘이 있다.

마치, 최면술사의 레드썬 같다고나 할까.

만약에 3년 전에, A라는 음악을 좋아해서, 또는 그 음악이 우연찮게도 그때 내 귀에 많이 들렸다고 치자.

3년 후 지금, 그 A라는 음악을 들으면 3년 전 내가 그 음악을 들었을 그 당시의 

내 생각, 내가 있었던 공간, 내가 만났던 사람이 많이 생각난다.

그냥 조용히 혼자 그때를 떠올리는 것보다 정말로 10배는 더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정도로 나는 음악의 지배를 많이 받는다.


향기도 마찬가지다.

특히 향기는 음악처럼 엄청나게 많고 다양한 종류들을 맡아보고 살지 않아서,

더더욱 내 머릿속에 많이 남는다.

이런 사실을 최근에 알았다.

한 달 전, 아는 분 차에 탄 적이 있다.

차에 타자마자 굉장히 익숙한 향기가 났다.

그 분은 몇년 전에 내가 쓰던 향수와 똑같은 향수를 쓰고 계셨다.

사실 그리 희귀하고 흔하지 않은 향수는 아니였다.

그냥 정말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그런 향수였다.

하지만 나는 그 향수를 썼던 이후로 그 향기를 어디에서도 맡아보지 못했다.

한번쯤은 맡아 볼 만한데 말이다.

그 향기를 맡자마자 굉장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향수를 한창 썼던 그 때가 떠오르면서,

그 당시 내 모습, 내가 만났던 사람, 내가 갔던 장소, 내가 이야기 했던 소재 등등 그 모든 것들이 생각나버렸다.

아, 향기도 내 기억력을 10배는 더 살리게 하는 힘이 있구나, 하고 그때 깨달았다.


음악과, 향기는 내 기억력을 건드린다.

반대로 향기가 없는 사람은 내 기억속에 오래 남아있지 못한다.



2. 나는 달달한 향을 좋아한다.

지금껏 내가 써 왔던 향수도 굉장히 달달했다.

그리고 남자 향수 역시, 달달한 향을 좋아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지금보다 나이가 더 많이 들면

좋아하는 향기 취향이 바뀔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물론 취향은 시간이 흐르면 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향기 취향은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3. 나는 허브향, 아로마향을 좋아하지 않는다.

뭔가 내 신경을 건드리는 향이다.

아, 생각해보니 강남역 LUSH를 지나갈 때도 살짝 내 미간이 찌푸려졌다. 킁.



4. 

잔향1(殘香) : 남아 있는 향기.

잔향2(殘鄕) : 황폐하여 보잘것 없이 된 시골의 마을.

잔향3(殘響) : <물리> 실내의 발음체에서 내는 소리가 울리다가 그친 후에도 남아서 들리는 소리. 실내 음향 효과를 내는 데 중요한 현상으로, 음악은 1.5~2.5초, 강연에서는 1~1.5초가 적당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김동률의 ‘잔향’은 저 세 가지의 뜻 중 어떤 뜻일까.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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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귤

도란도란 프로젝트 2014.02.04 18:46

 

*귤


한때 나를 귤귤이라고 부르던 사람이 있었다.

난생 처음 들었던 애칭,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적이였던 그 당시, 나는 철학과 인문학에 빠져있었다. 

철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뭔가, 내 주위 사람들과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딱히 철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도 없었을뿐더러, 

이 시대에 왠 철학이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내가 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그리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을 넘어서서, 나와 같이 토론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내가 아닌 타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고, 또 타인의 시각이 궁금했기 때문에 이러한 토론을 진심으로 바랐던 나는, 

계속해서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려고 했었다.


하루는 커피를 마시다가 장보드리야르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내가 시뮬라시옹 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그 책을 읽고

엄청난 공감과 현실에 대한 회한을 느껴, 정말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정답없는 토론을 했다.


하루는 한나아렌트의 결론이 정말 좋아서, 신이나서 떠들었던 기억이 난다.

전범재판이라는 중요한, 그리고 거대하면서도 살벌한 역사속에서 어떻게 ‘사랑’이라는 부드러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지, 정말 감명깊었다고 말이다. 

지금도 한나아렌트를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따뜻해진다. 

사랑이라니.


하루는 ‘통섭’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그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그 단어 속에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후 융합(Convergence)라는 단어를 받아들이기에 조금은 부드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귤귤이는, 

그냥 내가 귤을 먹고 있다고, 아 귤을 먹고 싶다고 하니 그냥 그 이후로 나는 귤귤이가 되었다.

귤귤, 귤귤, 뭔가 의성어 같기도 하면서 캐릭터 이름 같기도 하면서 간지러운 단어 같기도 하고.

그렇게 수 많은 대화들이 이어지고, 대화가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바뀌었다.

그런 대화들로 인해,

-생각할 수 있는 폭이 굉장히 넓어졌다. 물론 지금도 더더욱 넓어져야 하겠지만.

-조금 더 깊이있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내가 내 자신을 대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약간이지만 터득 할 수 있었다.

-차분하게 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고, 오롯이 나만을 두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니, 내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는지, 내 존재에 대해 사색해 볼 수 있었다.

-그 당시 예민하게, 그리고 엄청 딱딱하고 어떻게 보면 빡빡했던, 그리고 사물을 바라보는 눈이 차가웠던 나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차갑지 않고 따뜻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내 자존감도 높아졌다.


그 길지도, 짧지도 않은 기간동안 수많은 대화들로 서로 성숙해질 수 있었다.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나가지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어디선가 토론을 하고 있을거라 확신한다.

나 역시 그 이후로 많은 곳에서 한 주제를 조금 더 깊이 생각하며 대화를, 혹은 토론을 했을테니.


요즘은 토론프로그램을 많이 찾아볼 수 없다. 백분토론과 심야토론만 (공중파기준) 남은 것 같은데.

라디오에서도 토론을 메인으로 한 프로그램보다는 그냥 코너 사이에 끼워넣는 그런 프로그램이 많다고 들었다.

크나큰 정치적 주제도 좋고, 아니면 소소한 주제라도 좋으니, 조금은 더 많은 장이 열려,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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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느 여름 밤이였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아침에도 잘 지냈고, 점심에도 잘 지냈고, 오후에도 잘 지냈다. 

물론 저녁에도 잘 지냈다.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밤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엄청나게 무거운 짐이 내 어깨에, 내 등에, 내 머리위에

올려져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모든게 비관적으로 보였다.

내가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들이.

그런 감정들을 느낀 채로는 쉽게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런 감정들을 가지고 집 대문을 열고, 웃으면서 내가 집에 왔다고 이야기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집 앞에, 아니 솔직히 말하면 집 앞말고 우리집 옆옆동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었다. 

무슨 노래였는지 까지는 기억이 안난다. 그리 노래는 중요한게 아니였던 것 같다.

그 벤치에서 청승맞게 울어볼까,도 생각했지만 눈물이 아까웠다.

그래서 울지도 않았다.

그냥 멍하게 앞을 보고, 하늘을 한번 바라다보고, 또다시 앞을 보고, 그렇게 앉아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갑자기 앞에 낯이 굉장히 익은 사람이 지나간다.

어?

아빠였다.

아파트 내에 있는 헬스장에 가고 있던 아빠였다.

아빠도 무심코 옆을 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여기서 뭐해?

라고 아빠가 물었다.

어? 나 이제 집에 갈라고! 아빠 운동가? 얼렁 다녀왕 안뇽! 난 집에간당!

하고 황급히 집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 여름 밤 하늘엔 별이 참 많았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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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어릴 적, 초등학교 3학년, 아니 4학년 때다.

그 당시 단짝 친구였던 Y양과 함께 학교가 끝나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데,

날씨가 꾸물꾸물 하더니 갑자기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학교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오른쪽 문으로 나가면 Y양네 집 쪽이였고, 왼쪽 문으로 나가면 우리집 쪽이였다.

Y양과 나는 운동장 오른쪽 문으로 나가서 보이는 문방구에 500원짜리 악보를 팔아서

그 악보를 사려고 그쪽으로 나가려던 참이였다.

일단 뛰어서 문방구까지 가는 건 성공.

악보를 골라골라 최신곡(이였는데, 정확히 무슨 곡인지 기억이 안난다) 악보를 사들고,

비에 안젖게 가방 속 책 사이에 한번 고이 접어서 넣었다.

그리고 현재 위치와 가까운 Y양네 집으로 가서 비가 그칠때까지 기다렸다가 나는 집에 가기로 했다.

Y양네 도착. 그 날 처음으로 Y양 어머니를 뵈었다.

Y양네 어머니는 듣던 대로 완전 젊으셨다. 작은 이모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이른 나이에 결혼하셨다고 들었는데, 정말 우리엄마보다 10년은 젊어보였다.

아니다 한, 8년정도?

Y양 어머니께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라며 뽀송한 수건을 주셨다.

열심히 머리를 털고, 겉옷도 말리려고 벗어서 널어놨다.

그리고 배가 고파서 Y양과 나는 식탁에 앉았다.

Y양 어머니께서 흰 우유를 졸졸졸 컵에 따라주셨다.

다 따른 우유컵을 낼름 집으려고 하니,

잠시만 기다리라며 우유가 가득찬 두 컵을 들고 전자렌지 앞으로 가는게 아닌가!

그때 난 꽤 큰 충격을 받았다. 그 기분은 지금도 생생하다.

매일매일 냉장고에서 꺼내어 먹던 찬 우유만 생각했던 나였는데.

우유를 전자렌지에 넣어 따뜻하게 데울 수가 있다니..

정말 우유를 데워먹는다고는 상상도 할 수도 없던 일이였는데.

따뜻하게 데운 우유는 괜히 맛도 좋았다.

뭔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였다.

이 것이 나의 첫 고정관념을 깬 사건이였다.

친구네 집도 우리집과 다를게 없다고 느꼈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모든게 많이 달라보였다.

이를 테면, 우리집은 바닥에 놓는 흔한 빨래 건조대가 없었다.

어릴때 부터 항상 베란다 천장에 매달린 봉 세개의 건조대에 빨래를 옷걸이에 걸어 차곡차곡 걸었다.

나랑 동생이랑 엄마가 빨래를 옷걸이에 잔뜩 걸어 바닥에 늘어놓으면

아빠는 그 빨래옷 꾸러미들을 전부 들고 베란다로 가서 위에 달린 건조대 봉에 거는게 전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옷걸이의 방향을 모두 같은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 바닥에다가 펴 놓는 빨래 건조대가 있었다.

괜히 저기에다가 빨래를 널면 재밌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유 사건 이후로, 아, 내가 살고, 하고있고, 보고있는 것들이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꼈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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