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망


그와 함께 있으면 내 꿈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야망은 얼마나 있는지, 내가 어떠어떠한 사람인지 굳이 설명하거나 어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냥 온전하게 내 자신의 안위를 먼저 물어보고, 걱정해주었고, 어떤 옷을 입던지, 어떤 머리모양을 하던지, 심지어 어떤 표정을 짓던 상관없이 그냥 전부 예쁘게만 보인다고 했고, 전부 좋다고 했다. 그는 내게 마치 거대하게 우뚝 서 있는 칠레의 이스터섬에 있는 모아이와 같이 느껴졌다. 아무런 미동도 없이 묵묵하게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아이. 하지만 사람은 절대 석상이 될 수 없었다. 그와 나는 서로 건드리지 말았어야 하는 감정선을 건드렸고, 서로가 좋아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했다. 그와 나 전부 절대 익숙하지 않은 감정선이였기에 어찌할 줄 몰랐다. 나 역시 이런 감정이 너무 낯설어 감정들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어떤 마음을 먹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안절부절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예상치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의식하지 않고 행동한 것들이 어떤 분위기를 만들었고, 그 분위기가 그에겐 정말 불편했다고, 그게 도화선이였다고, 그는 내게 이야기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였고, 내가 그렇게 분위기를 만들어가려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 이외의 몇몇 사람들이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고 하니 내가 어떤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을 불편하게 했다니 그에게는 물론이고, 내 자신에게조차 변명할 수 없었다. 그냥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 진짜 최악이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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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도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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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

달리 기분이 좋아서도, 나빠서도 아니였다.

그렇다고 밤낮을 가린것도 아니였다.

'얼음물 한 잔 주세요'

항상 술 마시기 전에 내가 하는 말이였는데, 요 일주일동안은 얼음물도 필요없었다.

안주가 무엇이 되었던 상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정신이 더욱 또렷해졌다.

엉클어지려고 해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럴수가 없었던 건가.


-Hee





*단발머리


지난 6년동안 귀밑 1cm부터 시작해서 5cm를 거의 넘지않는 단발머리를 유지했었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항상 머리가 조금 길었다하는 느낌이 들면 주변에 미용실이 있는지 두리번거리기 일쑤였다.

자르고 또 자르고를 반복하며 나는 평생 머리를 못기를거라고 생각했다.

그 귀 밑에서 찰랑거리는 짧은 단발머리의 이미지는 곧 내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나 혼자서 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사실을 느끼자 어느새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그 이미지가 내 자신을 만들고 있었다. 이런 엄청난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이미지에 내 자신을 잡아먹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다. 나의 모든 것은 내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고, 머리가 길던 짧던 결국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 자신의 본질은 그대로이고, 나는 나이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 속 과정들을 겪으며 머리 자르는 것을 잠시 멈췄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단발머리라고는 절대 할 수 없을 정도로 머리가 길었다. 어깨를 넘어 등 뒤에 닿는 머리칼을 느꼈다.언제 단발머리도 돌아갈지 모르겠지만, 긴 머리의 내 모습이 살짝 지루하긴 하지만서도 아직 낯설고 익숙하지 않아 재미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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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


한때는 모든 사람들이 날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하지만 내가 어떤 이에게 알게모르게 피해를 끼치던, 전혀 피해를 끼치지 않던 간에, 그 생각은 정말 부질없다고 느꼈다. 그 때부터 나는 날 위해서 살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날 위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헤어지기 싫은 사람이라도, 모든 마음을 다 해서 좋아했더라도, 떠날 사람은 떠나기 마련이고, 그냥 보기에 밍숭맹숭한 사람이라도, 정신차려보면 어느덧 내 옆에 자리잡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물론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시기엔 언제나 외롭고, 모든것이 헛되보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고 느껴지지만 그런 시기를 지나보내고, 또 지나보내고나면 미련도, 원망도 아닌 그냥 순수한 웃음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욱더 나 다워 질 것이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면 거센 비바람과 폭풍이 몰아쳐도 견딜 수 있들테니 말이다.


-Hee





*메모


내 방 책장 아래쪽에 놓여있는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서 5년 전 다이어리를 꺼냈다.

다이어리를 펼쳐보았다.

다이어리에 빼곡히 적혀있던 '나의 할 일'들.

3일 뒤 누구를 몇시에 어디서 만나는 것 부터, 한 달 뒤에 보아야 할 시험의 시작 시간까지.

당장 내일 해야 하는 과제부터, 일주일 뒤에 발표해야 하는 PT의 주제까지.

해야 할 것들이나, 준비할 것들 등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다이어리에 적어두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덕분에

내 다이어리는 텅 비어 있을 날이 없었다.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 성격덕분에 사소한 일들부터 비중이 큰 스케줄의 세세한 동선과 움직임들까지 적혀있었다.

 

나는 지나간 것에 대한 미련이 마음에 남는 게 싫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아주 나중에라도 그 적힌 미련의 조각들을 보았을때 드는 감정들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누굴 만나든, 그 시간과 순간을 겪으면서 드는 생각을 함부로 다이어리에 적지 못했다.

지나간 것은 그냥 지나간 것일 뿐이라고 마음을 먹고, 잊기 싫은 순간도 굳이 적지 않았다.

정말 내 자신이 잊기 싫은 순간이라면, 훗날 내게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아있을 거라고.

그렇게 내 자신을 설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나간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깨달았다.

내가 추억할 수 있는 것들이 있구나, 라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분명히 되돌아 보았을때 내게 마음따뜻한 것들이 지금 내가 생각했던 것들 보다 훨씬 많을텐데, 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느끼며 그 순간부터 다이어리의 내용들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느꼈던 생각들. 어떤 이를 만나며 느꼈던 마음들. 무언가를 보면서 스쳤던 영감들.

이게 사랑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 감정들. 내 안에서 소용돌이 치던 혼란들. 쓰나미처럼 몰려오던 후회들.

다시 되돌아보며 반성하던 시간들.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하는 미래들이 다이어리를 채우고 있었다.

단순히 미련이라고만 생각했던 지난 날들의 자취들을 조금씩 조금씩 나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내 자신에게 더욱 솔직해지고 있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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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환한 가로등 밑에서1

"안녕?"

"안녕!"

"왜 이런데서 자고있는거야~"

"아니.. 내가 자려고 했던건 아니고..... 너무 피곤해서 잠깐 있어야지, 했는데 ...."

"큭... 아무튼 찾아서 다행이다 난 또 설마설마했네"

"프하하 그러게"

"잘 지냈어?"

"잘 지냈지이! 어떻게 지냈어!"

"나 그냥 뭐 놀면서 지냈지. 지금 자격증 준비중이야"

"아~ 그렇구나 공부하느냐 힘들겠다"

"뭐 그냥 힘들게 뭐있어"

"흐흐흐흐흐 그런가"

.

.


환한 가로등 밑에서2

"내가 생각할 때 우린 진짜 징한 것 같애"

"응?"

"어떻게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이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나 해봤겠어?"

"내말이 그말이라구!"

"진짜 좀 대단한거 같애"

"정말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는데. 그건 공감하는데 그게 너라니"

"그치 인생은 이래서 재밌나봐 5년뒤엔 어떻게 되었을지 엄청 궁금하다"

"나는 당장 한 달 뒤도 궁금해 이러다 만약에 우리가 다시 연락이 뜸해지고, 더이상 만나지 않아도 5년뒤, 10년뒤에는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만날 것 같아"

"진짜 이러다가 10년, 30년, 50년 뒤에도 진짜 계속 만나는거 아니야? 와하하하 진짜 징하다"

"흐하하 그러게 진짜 웃긴거 같애"

.

.


환한 가로등 밑에서3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내말이 그말이야. 도대체 왜?"

"그러게! 진짜 신기해 맙소사"

"진짜 큰일났다.."

"그치 생각했던 것 보다 더 큰일났어"

.

.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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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1.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오늘은 참 덥다고 이야기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눈을 마주치며 활짝 웃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시원하다며 계속해서 마셨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그까짓꺼 다 잊어버리라 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오늘은 기분이 무지 좋다고 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참 피곤하다고 이야기 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이제야 살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이 맥주는 엄청 맛있다고 이야기 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이 자리는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빨리 맥주를 목에서 넘긴 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웃음을 터트렸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진짜 보고싶었다고 이야기를 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헤어지는게 아쉽다고 이야기를 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이 사람과 만나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상대방이 어떻게 맥주를 마시는지 구경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내가 만든 안주를 열심히 집어먹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목청이 보일만큼 깔깔깔 웃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또 다시 이런 자리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깨끗하게 털어버리자고 생각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목소리를 듣고 싶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곧바로 전화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내일의 계획을 머릿속에 다시 그려보았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들었던 이야기를 곱씹어보았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과거를 회상했다.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지금 행복하냐고 물어보았고,

맥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앞으로 지금보다 더 강해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2.

블루문, 쾨스트리쳐.

내가 좋아하는 맥주.



3.

호두과자를 안주삼아 맥주를 마셨는데,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는다.



4.

예전에 파인애플과 맥주를 마셨는데, 엄청나게 맛있어서 엄청나게 취했었다.



5.

더운 여름날, 땀이 나는 상태에서 맥주를 마시면 정말 빨리 취한다.



6.

맥주와 새우깡은 은근히 안맞는다. 맛없다.



7.

캔맥주는 보기보다 양이 많다. 병맥주는 엄청 빨리 마실 수 있는데.



8.

내가 기분 좋을때 마시는 맥주가 제일 맛있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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