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1. 달리기 요 근래 5km 달리기를 종종 하고 있는데 미세먼지가 사라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미세먼지가 많았을 적에 항상 아침마다 일기예보를 보고, 미세먼지 지수를 확인하며, 아쉬움에 통탄을 금치 못했는데. 달릴 때 아이폰 기본 이어폰을 꽂고 달리는데, 팔을 흔들면서 달리면 이어폰 줄이 당겨져서 귀에서 자꾸 빠졌다. 그게 엄청 신경쓰여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샀다. 완전 신세계다! 진작에 안사고 뭐했지. 암밴드도 사고 싶은데, 직접 끼워보고 사고 싶어서 아직 안샀다. 하루는 달리는데, 3km정도 뛰었나. 근데 갑자기 오른쪽 옆구리가 땡겼다. '분명 저녁먹고 한 시간 30분정도 지나고 나왔는데, 아직 소화가 덜 되서 그런가?' '이대로 가다간 속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그냥 그만 뛸까?' '그래도..
*아이 1. 올 여름엔 옥동자 3년 전 여름엔 쿠앤크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2~3개씩 먹었다. 2년 전 여름엔 와일드바디를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2~3개씩 먹었다. 올해 여름에는 우리집 냉동실에 옥동자가 항상 구비되어 있다. 집 근처 마트에서 마침 아이스크림을 엄청 싸게 팔고 있어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트에서 한가득 사온다. 어떤 주말에는 눈을 뜨면 물 대신 아이스크림을 먼저 꺼내 먹는다. 부모님과 함께 살았을 적에도 그랬었는데, 잠에서 채 깨지 않아 눈도 반쯤 감겨 있는 상태에서 쇼파에 기대어 아이스크림을 먹는 내 모습을 보고 아빠는 애들같다며, 아침부터 눈뜨자마자 아이스크림을 먹는 게 어딨냐며, 나를 놀렸다. 이상하게도 작년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생각이 잘 나진 않았다. 이유는..
*거리 1. 숙제 종종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마치 '패잔병 같은 감정'이 들 때가 있다. 그런 기분을 처음 느껴 본 시점이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수 천 가지 감정들을 겪어 본 것 같지만, 아직 내게는 겪어보지 않은 많은 감정들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근래에 느낀 감정들은 대부분은 부정적인 감정들이였으며, 뭔가 해야 할 일을 안한 것 같은 그런 찝찝함과, 습기가 빠지지 않고, 서늘하고, 눅눅한 공간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의 감정들이였다. 그 중 '패잔병 같은 감정'은 아무리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뛰어도 거대한 무언가가, 또는 너무 많은 무언가가 내 앞에 우뚝 서 있어 숨이 막히는 듯 하면서도, 이제 그만해도 괜찮다고 하지만, 아직도 내가 해야 할 당위적인 성격을..
*그늘 1. 순간의 고충 5월, 집에 꺼두었던 보일러를 한 달 만에 다시 켰다. 우리집은 알고보니 (2월에 이사를 왔는데, 그 당시엔 추워서 햇볕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2층에다가 일단 창문은 벽 한 면의 3/5는 차지할 정도로 크게 있기에 환기는 할 수 있겠거니 하며 그냥 계약했다) 볕이 직접적으로 들지 않는 집이였다. 3월, 4월을 지나 5월이 되었는데, 빨래가 뽀송뽀송하게 마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겨울에는 보일러를 항상 켜 두어서 빨래가 어떻게 마르든 빳빳하게 마르긴 했었고, 4월이 되자 보일러를 껐지만 따땃한 날씨에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 그럭저럭 빨래가 말랐다. 하지만 5월이 되고 미세먼지가 거세져서 창문을 꼭꼭 닫고 있으니, 방 안에 습기가 높아지고, 빨래는 뽀송뽀송해지지..
*불만 1. 어느 날의 시간 참으로 고된 일주일이였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무거운 노트북까지 들고 전철을 탔다. 뭔가 공허함과 외로움과 소외감이 날 슬프게 했다. 울고 싶었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그러다 친구가 생각났다.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목소리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웃으면서 대화를 했다. 집에 도착해서 못생긴 회사용 옷은 집어던지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밥을 먹자고 했는데, 전혀 밥을 먹고싶지 않았다. 친구가 열심히 번 돈으로 커피와 베이글을 사줬다. 우리는 웃으면서 씁쓸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가끔 우리 코드에 맞는 실없는 소리를 해대며 껄껄 웃기도 했다. 동네에 있는 카페는 11시면 문을 닫는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숙취 1. Take it easy 다음날의 나에겐 미안하지만, 그래, 다음날 머리 좀 아프면 어때. 일단 오늘은 마시자. 1~2주 전부터 술이 생각났다. 심적으로는 둘째치고, 사람이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정말 진심으로 술 생각이 절로 났다. 와. 오늘은 맥주를 마시고 자야지. 와. 오늘은 정말 술이 땡긴다. 사실 내가 먼저 술을 마시자고 말을 건넨 일은 믿기지 않지만 많이 없다. 술보다는 커피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이 이렇게 술을 고파하는 것에 대해 놀랐다. 그래서 하루는 용기내어 동네에 사는 친구에게 술을 마시자고 했다가, 오늘은 다른 선약이 있다며, 퇴짜를 맞았고, 또 하루는 용기내어 동네에 사는 다른 친구에게 술을 마시자고 했다가, 중요한 시험을 코앞에 둔 터라 퇴짜를 ..
*마감 1. 그 무엇을 찾아서 예전에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어. 그 당시엔 오로지 책방이 문 닫을 시간만 기다렸다지. 왜냐하면 항상 하루가 버겁고 고되었기 때문이야. 밤 열시 정각이 되면, 부리나케 책방 불을 끄고, 인사를 하고,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기 바빴어. 때론 뛰다가 넘어져서 청바지가 찢어진 적도 있었는데, 청바지가 찢어져도, 넘어진 곳의 무릎이 너무너무 아파도, 이를 악물고 최대한 빨리 버스를 타기 위해 뛰고 또 뛰었어. 추운 겨울에 나는 하나도 춥지 않았어. 항상 뛰어다녔기 때문에 추울 틈이 없었어. 하루하루 악으로 깡으로 버텼어. 사실 악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내 자신을 위해, 자존심을 위해선 괜찮을 수 밖에 없었어. 누가보면 힘든 상황이겠거니, 싶었겠지만, 그렇다고 힘들다고 ..
*소원 1. 4월의 주말 근 두 달만에 간 집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져있었다. 일 년 넘게 아무도 없었던 내 방은 이제 거의 창고 수준이 되어 있었고, 핸드메이드 동호회를 만들어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동생 방은 거의 공방 수준이 되어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모님 얼굴을 들여다 보았는데, 아직 예전 모습 그대로셨다. 원래 집에서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나인데, 아빠가 밖에 나가서 회까지 떠오시는 바람에, 어쩌다보니 내 앞엔 꽉 찬 소주잔이 놓여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항상 건강하자!'를 외치며 짠을 하고, 소주도 마시고, 회도 먹고, 먹고 싶었던 김치전도 먹고, 엄마표 김치찌개도 먹고, 내가 온다고 사다두신 딸기도 먹었다. 신기하게도 엄마가 만든 음식은 항상 엄마만의 맛이 담겨있다. 같은 메뉴를 ..
*분노 1. 2017년의 만우절 만우절답게 새파란 하늘에 해가 쨍쨍 비추고 있는 와중에 거짓말처럼 하늘에서 물이 떨어졌다. 그것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비를 피하려 우산을 쓰고, 따뜻한 햇빛을 쬐며, 얼굴은 평온한 것 같으면서도 속에선 부글부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즘 내 안에 '화'라는 기준선이 낮아진 건지, 아니면 정말 '화'가 날 만한 일이었는지, 사실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그냥 조금만 이렇게 하면 어땠을까, 조금만 저랬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에 '나'라는 존재가 개입되어버리니 화가 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조금만 '나'를 더 생각했으면, 조금만 '나'라는 존재를 배려했으면, 이라는 생각이 끼어들면서 결국 그렇지 못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동그라미 1. 조심 또 조심 베트남 돈은 동그라미가 참 많다. 동전도 없다. 지난번 호치민에 갔을 때, 그 동그라미에 둘러쌓여 (사실 술 기운도 한 몫 했다.) 그만 바가지쓰고 말았다. 조그마한 항아리같은 것을 3만원이나 주고 사다니! 그래도 3만원에 좋은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동그라미가 많은 화폐를 사용할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또 여행가고 싶다. 사실 아무 생각없이 쉬고싶다. 2. 만두에 대한 단상 지난주 식당에서 만두를 먹었다. 고추만두였는데,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고추만두였다. 뭔가 먹음직스럽지 못했다. 만두는 뭔가 손으로 빚어 울퉁불퉁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정확하게 생겨버린 만두는 정이 안갔다. 3. 둥글게 사는건 어렵다 한 해, 한 해, 시간이 지날수록 둥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