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1. 추석때 할아버지가 계신 호국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가 그랬다.죽어서 비석 앞에, 사진 앞에, 묘지 앞에 예쁜 꽃 놔주고, 좋은 음식 놔주면 뭐하냐고.살아있을때 잘해야 효도라고.사실 이 말은 작은엄마가 할아버지 사진 앞에 나름 정성들여 송편과 사과를 놓는 것을 보고,괜히 속상해져서 한 얘기다.할아버지가 살아계실때 할아버지에게 돈만 바란 작은엄마를 엄마는 싫어했다. 할아버지는 엄마를 불러 쟤는 내게 돈만 밝힌다고 할 정도로,할아버지와 엄마는 서로를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긴. 거의 10년을 엄마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으니. 각별할 만도.엄마가 던진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소중함도, 현재의 시간의 소중함도,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비단..
*절실 내가 시간에 절실한 이유는 그냥 지나가는 시간이 하릴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 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그러기엔 하루하루의 해넘이가 아쉬운 요즘이고, 순간순간의 감정이 소중한 요즘이다.행복의 자락은 그리 먼 곳에 있는 건 아니다. 시간에 대해 조금만 더 절실해지면 많은 것들이 변한다.내가 순간에 절실한 이유는 나조차도 모르는 내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나는 내가 어디까지 변할 것이며, 달라질 것이며, 그대로 일 것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다.어제 상상못한 오늘의 내가 있고, 일주일 전에 상상못한 오늘의 내가 있고, 한 달 전에 상상못한 오늘의 내가 있고, 일년 전에 상상 못한 오늘의 내가 있다. 순간에 대해 조금만 더 절실해지면 나의 새로운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내가 표현에 절실한 이유는 아이..
*레모네이드 1. 못다잔 잠을 겨우 몰아서 잤고.요 며칠간 거진 매일 레모네이드를 원샷한 것처럼 굉장히 머리가 띵하고, 정신이 없었다.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몰아쳐서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감정이 앞다투어 튀어나와 며칠을 붕 뜬 채로 보냈다. 길을 가다가도 피식거리는 일이 잦았고, 하고있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헷갈렸고, 중요한 것도 그리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그런 날들. 2. 생각할 겨를도 없이.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많이 생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너무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버린다. 3. -묻고 싶은 것도, 궁금한 것도 사실 많지만,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수많은 필터를 거쳐 살아나온 질문은 아무것도 없다. ..
*의도 1.내가 지금 일A와 일B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B가 일A보다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아서 더 많이 하고 싶어 하는 것 뿐인데, 반대로 일A를 하기 싫어해서 일B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선이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사실 난이도로 따지면 일A가 훨씬 내겐 쉬운데. 편한데. 2.하고싶다고 생각한 것은 성격이 급한 탓에(누군가는 실행력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이 크고 성격이 급한 것이 맞아떨어지는 것일 뿐)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바로 해버리는데, 시점을 언제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 둔 것이라면, 당연히 그 때 하는 것 뿐인데. 누군가에겐 그것이 나의 강박으로 여겨진다는 것에 놀라웠다. 사실 그 이야기를 한 그는 한 번 정한 약속은 전날 바꾸기 십상인 성격을 가져서, 몇 번이나 ..
*타로 1. 그 시절의 일탈고등학교때 제일 친했던 친구랑, 어느 가을에 같이 야자(란 말도 정말 오랜만이다)를 몰래 빠지고,수원 남문에 타로카드를 무작정 보러 갔었다. 우리는 누구에게 수원 남문의 타로가 그렇게 잘 본다는 소문을 들었을까. 버스를 중간 지점에서 내려서 한번 더 갈아타야했었는데, 그 중간지점인 버스정류장에 빵집이 하나 있었다.학교에서 저녁도 안먹고 바로 나왔기에 배가 고파서 둘이 빵을 나란히 사서 다음 버스로 환승을 했다.난생처음 남문에 도착한 우리는 찾고 찾아 허름한 상가 안으로 들어갔다.상가에는 이미 밖에 대기석같이 포장마차 의자처럼 플라스틱 의자가 주욱 놓여져 있었고,그곳엔 우리와 같은 고등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깔깔대며 앉아있었다.친구와 나도 빈 의자 하나에 번갈아가면서 앉아 두근두근..
*훌훌 털다 1. 현재진행중추억이 쌓이고, 경험이 점점 많아질수록 자꾸만 과거를 뒤돌아보게 된다. 앞날이 더 많은데. 과거를 돌아보지 말자. 과거는 힘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은가. (정확히 말하면 추억이라고 하지만) 이미 지나간 것은 되돌릴 수 없는 법. 최대한 과거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에 더 집중해야지. 과거는 과거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과거가 그리워져도,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을 뿐더러, 그림의 떡마냥 당장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그냥 지금을 열심히 살아야지. 지금도 언젠간 과거가 될 테니까. 2. 당신은 안녕하십니까회사에 비슷한 또래의 동료가 있다. 나보다 두어달 늦게 입사한 그 동료는 시간이 지날수록입 밖으로 소리만 냈다하면 90%정도를 투덜..
*멍 1. 2017년 9월의 나의 이상형 누군가 내게 물었다. 이상형? 비스무리한 것을. 고민끝에 난 그냥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생각보다 그런 사람이 많이 없다는 것을 느껴서 더 소중한 것 같다.그리고 나조차도 내가 바라는 사람이 맞는지 사실 확실하게 대답할 수 없다.마음에 든 멍은 사라지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물론 치유시간이 무릎 등에 든 멍보다는 꽤나 오랜 시간이지만) 서서히 사라지긴 하더라. 때에 따라 그 자리에 새로운 멍이 들기도 하겠지만, 겁내지 않고 그냥 난 오늘을 건강하게 살아보련다. 하루하루 건강하게 살아보려고 할거다. 2. 신 좀 그만 나 무릎에 또 멍이 생겼네. 맨날 어디에 부딪히는 줄도 모르고.그냥 신나면 신나는대로 여기저기 돌아다니고.분명히 어딘가 무릎..
*구름 1. 어느 날의 일기. 회사에서 클라우드로 제공되는 시스템을 기획하면서 느낀 점들. -전문가인 척 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심으로 시스템이 구현되길 원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예컨대 그냥 하라고 해서 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태도는 확연하게 갈린다. 눈빛부터.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귀찮아하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알려주려고 하는 사람들(...) -겉모습으로만 가볍다고 판단했던 사람이였건만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만의 깊이가 있는 사람들. -겉모습으로만 보았을 때 대단할 것만 같았던 사람이였건만 실제로 이야기를 해보면 별 깊이가 없는 사람들. -ERD에 대해서 흥미를 가졌다. 더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어졌다. -화면기획보다 어쩌면 데이터모델링이 나에게 더 재밌..
*숙면 언제부턴가 정자세로 누워야 잘 잔 것 같다. 종종 불을 끄지 않은 채로 잠이 들거나, 옆으로 누워서 아이폰을 보다가 스르르 잠이 든 적도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뭔가 몸이 찌뿌둥하고 잘 잔 것 같지 않다. 어제가 그랬다. 일어나보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것도 매일 자는 방향과는 정반대로 누운 채로. 뭔가 꿈도 꾼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진 않았지만 꿈 속에 내가 어떤 상황때문에 당황하는 꿈이였던 것만 떠올랐다. 에잇. 불도 제대로 안끄고, 똑바로 누워서 안잤기 때문일꺼야.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예전부터 생각했지만 잠자는 것은 곧 내 몸 어딘가에 달려있는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어디에선가 상처를 받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운동을 하거나 등등 몸..
*너와 나의 간격 알고 있다. 어느 때 얼굴을 붉히게 되는지. 어떤 주제에 아둔한지. 어떤 질문에 정색아닌 정색을 하는지. 어떤 문제에 삐걱대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아주 닮지도 않았으며, 어느 부분에선 감정의 각도가 첨예하게 다르기도 하다. 우리는 서로의 슈퍼맨이 될 수 없으며, 산타할아버지도 될 수 없다. 우리는, 뾰족하고 정확한 독심술이 있지도 않으며, 그저 지금까지 경험에 의하여 판단하고 움직일 뿐이다. 하지만 과거에 했던 경험일지라도 현재, 그리고 미래에는 과거와 같게 행동하지도 않을 뿐더러, 과거 시점의 그들도, 우리도, 모두 사라졌기에 경험이 모든 것에 대한 정답이 될 수 없다. 가치관을 미워하기엔 사람을 미워할 수 없으며, 했던 행동을 타박하기엔 현재의 가치가 자칫 녹슬어 버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