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1. 사실 지난 한 주는 감정이 너무 뒤죽박죽 섞여버려서 컨트롤을 하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는 빠르게 회복해서 다행스럽게도 안정을 찾았다. 정말 감정은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서 아슬아슬하기도 하면서도, 또다시 곰곰이 생각해보고 다시 들여다보면 변하지 않을 것처럼 굳건하기도 하다. 하지만 예측하지 못하는 폭풍은 대비하긴 어렵고, 잘 넘기는 것이 최선이다. 폭풍에 맞서 싸우려다간 되려 후폭풍을 맞게 되어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2. 말해야 안다는 사람과,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라는 사람. 만약 후자가 말을 꺼낸다면 전자는 도망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어쩌면 후자는 전자가 자신에게서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 두려운 것은 아닌지. 사실 그 마음은 믿지 못한다는 마음에서 나..
*격세지감 1. 예전에는 내 몸통만한 작은 상을 펴놓고, 오밀조밀하게 그릇에 카레와 교자만두를 담아 음료수 놓을 자리는 없어서 바닥에 두고 옹기종기 앉아서 먹었는데. 이젠 그 카레를 높은 천장이 있는 집에서 한 상 가득 차려도 자리가 모자르지 않는 유리식탁에서 먹을 수 있다니 기분이 묘해. 옹기종기 느낌이 사라지긴 해서 약간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바로 옆에 붙어서 먹을 수 있으니 그걸로 만족해. 2. 당근잠옷을 샀는데, 글쎄, 생각해보니 당근잠옷을 입는 사람들이 모두 30대인거지. 30대에 당근잠옷 조합이 생각보다 귀엽더라. 입는 사람들도 예상외로 잘 어울려서 뿌듯해. 3. 10년이라니. 내 생애 이런 시간들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어. 10년이 지나도 너무 그대로인것만 같아서 지나간 시간들이 ..
*부끄러움 1. 못하는게 부끄러운게 아니라, 하지 않으려고 하는게 부끄러운 거야. 2. 20대 때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것이 여러 개 있었는데, 지금 와서는 그렇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부끄럽네. 뭐야. 낯짝이 두꺼워진거야, 철이 든거야, 나이값이야, 생각이 바뀐거야, 뭐야.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아픔 선인장에 손가락을 찔렸을 때까지만 해도 금방 아픈게 가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 이틀 손이 붓고 찔린 부분에 이물감이 느껴지자 세상이 다 무너질 듯 무섭고, 두려웠다. 이게 만약 손가락 안에서 썩으면 어떡하지, 염증이라도 나면 어떡하지, 무슨 풍이라도 걸려서 손가락을 혹시라도 절단하게 되면 어떡하지. 이런 엄청난 걱정을 안고 병원에 갔다. 병원에 가서 엄살엄살을 부린 후 5분도 안되서 가시를 뺐다.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고, 5분도 안되는 가시를 제거하는 비용 몇 만원이 너무 또 아까운 것 아닌가. 마치 빼기 전에는 이것만 해결해주면 모든 것이라도 감사할 것만 같았는데. 사람이 그렇다. 참 간사해. 언제 아팠냐는 듯 또 웃고 있다. -Hee --------------..
*기회 1. 글쎄. 나는 그 때를 기회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그냥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과 뭔가 새로운 것을 더 알아간다는 기쁨에 선택했던 것 같아. 그렇다고 후회하진 않아. 그냥, 그렇게 되어버렸을 것이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 물론, 아쉬운건 사실이야. 처음이였던 만큼 내 열정과 젊음(이라면 젊음이지), 내 에너지를 쏟았던 곳이였으니까. 사실 솔직히 말하면 싫증, 미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긴 해. 애증까지도 아니야. 미움이 그렇게 크진 않았어. 그 덩어리만 봐서는 그냥 난 그게 좋았으니까. 하지만 어쩌겠어. 결국 내가 그렇게 결정하게 되었는걸. 그렇게 되어버렸을 것을. 2. 누군가는 이것을 또다른 기회라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난 왜 기회라고 생각되지 않는거지. 기회라고 이야기하기엔 솔직히..
*조각 너에게 나에 대한 사랑의 파편들이 너무 많아버려서 네가 다시 나를 볼 수 밖에 없었길. 미련이나, 기억 따위 말고, 사랑이란 감정으로 말이야. 지금의 배경이나, 외로움 따위 말고, 애틋한 감정으로 말이야.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한약 1. 우리 부모님은 나를 너무 튼튼하게 낳아주셨고, 그 흔한 맹장수술 한 번 안 하고, 살이 찢어져서 꼬매거나 한 적도 없고, 부러져서 기브스를 하고 다닌 적도 없다. 마음껏 뛰고, 걷고, 달릴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한 마음 뿐. 2. 일 년에 한 번, 잘까말까하는 낮잠을 부모님댁에서 자고 있을 때, 엄마아빠는 내가 좋아하는 잡채를 해주려고 마트에 가셨었다고 한다. 이런게 한약이지. 3. 근데 마음의 단단함 여부는 나도 몰랐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지고, 나도 모르게 쓸데없는 눈치를 보면서 선택을 미루고 있는 것도 우습기도 하고. 하지만 살피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딱히 나를 원하는 것 같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하여 선택을 미루는 내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어느 하나 담백하게 말 한 마디 꺼내기 어려운..
*시절 1. 그 날의 분위기는 마치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던 것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그랬다. 그저 조금의 신기함과 놀라움만 가미되었을 뿐, 너무 그대로였고, 그대로였다. 웃음소리조차도. 그렇게 그 날을 보냈다. 2. 항상 네가 어디 있더라도, 내가 갈 수 있는 곳이라면 보고싶을 때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웃고 싶을 때마다, 사랑받고 싶을 때마다, 행복하고 싶을때마다, 너를 언제라도 찾아갔었는데. 밤중에 택시를 타고 찾아갔고, 기차를 타고 찾아갔고, 전철을 타고 찾아갔고, 버스를 타고 찾아갔고, 비행기를 타고 찾아갔었는데. 그렇게 널 찾고 찾았었는데. 다시 그런 너를 찾고 싶어지면 어쩌지. -Hee -------------------------------------------------------..
*결핍 1. 다정함이 결핍된 사람들이 많다. 나 또한 종종 다정함을 찾아볼 수 없을 때가 있다. 이유 없는 불친절함은 불신과 예민함을 유발하고, 견제만 늘게 된다. 쌓이고 쌓이다 엄한 사람에게 화풀이는 하는 경우도 많고, 마음속 불만은 크게 부풀어 올라 작은 바늘 하나가 스쳤을 때 펑! 하고 터져버리는 상황도 종종 있다. 스트레스와 화가 쌓이기 전에, 불만과 예민함이 자리 잡기 전에 따뜻함과 사랑을 채워 넣어보자. 그것들이 편하게 있을 수 없도록. 2. 햇살이 잘 드는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 마음껏 원하는 책도 읽고 싶고, 속닥속닥 생각나는 글도 써보고 싶고, 몇 시간동안 집중해서 공부도 하고 싶고, 하얀 구름이 송송 박힌 파란 하늘 아래를 원 없이 걷고 싶고, 커피 볶는 향과 빵 굽는 향이 가득한 공간에..
*길 1. 함께 했던 그 길은 이제 희미해져만 가네. 하지만 다른 길들이 나타났고, 또다시 새로운 길이 나타나겠지. 길은 끝이 없으니까. 2. 정처없이 떠돌아다녀도 새로운 길이 나왔고, 그 길에서 시간들을 보았고, 사람들과 사랑들을 만났다. 그 길엔 누군가의 추억이 묻어있었고, 누군가의 슬픔이 아려있었다. 3. 나는 새로운 길을 낯설어하고, 낯선 길은 무섭기도 했기에 항상 두 눈을 크게 뜨고 어느 한 구석이라도 놓치기 싫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눈에 익길 바라는 마음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