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빵 1. 케이크 먹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했더니, 어느 날 냉장고에 케이크가 있었고 마른 오징어 먹고 싶다고 지나가는 말로 말했더니, 어느 날 냉동실에 마른 오징어가 있었다. 2. 친구랑 삼거리 빵집에서 마늘빵 산 후에 지금은 사라진 전통카페에 가서 전통차와 함께 먹던 마늘빵도 좋았다. 3. 몇 년 만에 마늘빵이 너무 먹고 싶었던 어느 날, 운동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마트에 갔어. 네 생각이 나서 네가 좋아할 만한 다른 빵들도 잔뜩 집었지. 이것저것 마구 집어 들다 보니 내 두 손으로 겨우 들 정도가 되었고, 너를 만나러 가는데 넌 마중 한 번 안 나오더라. 혹시나 싶어 내가 빵을 먹고 싶다고, 마트에 가고 있다고, 많이 살 거라고, 별의별 말을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눈치가 없었던 건지..
*걱정 1. 인스타 프로필에 쓴 글이 너무 와닿아서 팔로우 한 배우(인줄 사실 몰랐다)가 있다. 그 프로필에는 '완벽한 계획은 필요없어.해 지금.'라고 적혀있었다. 2. 평소에 있던 걱정도 날려버리고도 남았을 난데, 누구한테 '걱정하는 법'을 조금은 배워버려서 요즘엔 나도모르게 걱정을 하긴 한다. 근데 항상 이렇게 걱정해봤자 해결되지도, 좋아지지도, 나아지지도 않을 거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리고 내가 왜 걱정을 하고 있냐며 나를 나무란다. 배우고 싶지 않은 부분을 배워버려서, 잊고 있는 중이다. 3. 내 기억 어딘가에 숨어있던 그 당시 찍은 사진이 내 꿈 속에 나왔어. 심지어 네 사진도 나왔지 뭐야. 맥북 포토부스 필터 중 넙죽이처럼 나오는 필터를 이용해서 찍은 그 사진. 난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거든..
*소주 정말 기분 좋을때만 하나도 쓰지 않은 술. 불광동에 출장갔을때 불광시장에 있던 옛날 순대국 집으로 (나머진 원래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라 나만 잘 모르던) 8명정도가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10월 말이라 쌀쌀했지만 순대국집 안에는 솥에서 육수 끓이는 냄새가 솔솔 나서 그런지 공기가 후끈했고, 후덥지근한 공기 속에서 순대국 냄새를 맡으니 자연스럽게 생각나던 술.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 소곱창집에서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목청껏 떠들며 홀짝홀짝 마시던 술. 말레이시아에서는 9천원정도 하는 술. 예전에 아는 선배가 평택역 앞 홍콩반점에서 알려주던 칭쏘비율이 지금까지도 인생비율이 되서 항상 그 비율대로 맥주와 섞어 먹는 술. 신입사원때 우리팀만 야근을 했는데 일이 끝나고 대표가 순대국집에서 한 잔씩 돌리..
*불필요한 소비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무더운 여름 날엔 꽃무늬 블라우스에 그렇게 꽂혔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 눈이 가는 꽃무늬란 꽃무늬 블라우스는 사고 또 샀다. 처음에는 7일 내내 다른 옷들을 입어도 될 정도여서 웃겼는데, 어느새 정신차려보니 7일은 무슨. 2주를 입어도 더 남을 정도까지 되어버렸다. 그리고 계절이 지났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회사원이 되었다.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 있는 모든 시청이나 구청. 관공서, 공사공단들을 돌아다니게 되었는데, 그때 내 복장은 치마정장이였다. 치마정장에는 꼭 하이힐을 신고 싶었던 내 욕심에 하이힐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직장인이 되니 생각보다 내 시간이 많이 사라져버려서 온라인으로 눈으로만 보고 하이힐을 사버렸더니, 이게 뭐야. 버리는 게 반이였다...
*킹크랩 1. 30년이 넘게 살면서 우리 가족 식탁에 킹크랩이 올라온 적이 없다. 일단 치킨도 젓가락으로만 드셨던 아빠는 어떤 음식을 먹기 위해 양 손을, 손가락들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으셨고, 덕분에 나랑 동생도 자연스럽게 킹크랩을 즐겨먹지 않게 되었다. 이런 분위기로 킹크랩을 먹고싶었던 엄마는 이모나, 친구들이랑 먹고 들어오셨다. 그 후 성인이 되고, 킹크랩을 먹으러 가야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손에 익지도 않고 먹기가 어려웠다. 요령이 없던 덕분에 게 다리는 얼마나 딱딱한지, 내 맘대로 잘라지지도 않았고 여기저기 꼬챙이로 엄한 게다리만 쑤시다가 그냥 먹기를 포기하기 일쑤였다. 같이 나온 랍스타는 그나마 살이 발라져 있어서 먹을만 했지만, 킹크랩은 나에겐 아직도 어려운 음식. 2. 게장..
1. 요즘 양배추가 항상 냉장고에 있어. 양배추로 할 수 있는 요리라곤 (요리라고 하기도 조금 뭐한) 양배추 찜이였는데, 요즘 하나가 더 생겼거든. 우연히 유튜브 어느 채널에서 본건데, 요리를 쉽게쉽게 하는 것 같은 거야. 그 사람이 하루는 양배추 덮밥을 만들더라고. 근데 일단 재료가 정말 몇 개 안되고, 심지어 집에 다 있을 법한 재료들이고, 되게 쉬워보이는거 있지. 그래서 도전해봤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쉬운 요리(거의 조리수준)인데 나 요리 초보라 처음 만들 때는 유튜브 영상을 아예 켜두고 재료 손질부터 하나씩 하나씩 따라했지. 일단 영상보고 멈추고, 그대로 따라하고, 또 영상보고 멈춘 후, 또 따라하고. 그러다보니 뭔가 그럴싸한 양배추덮밥이 되더라. 이제는 영상없이도 할 수 있어. 나름 내가 좋..
*방정리 한국에 있었을 때 한달에 한 번 갈까말까한 본가방문에 동생은 가끔씩 언제오냐며, 보고싶다고 메세지를 보내곤 했었다. 어느 목요일에 '금요일에 회사 퇴근하고 바로 집으로 갈꺼야'라고 동생에게 말했더니 '그럼 내일 연차쓰고 방정리 해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 말에 나는 실제로 빵터지고 말았지. '아니 도대체 왜 아까운 연차를 쓰면서까지 방정리를 해?'라고 되묻자 '내 방 진짜 지금 더러워. 청소 안한지 오래되서.. 언니가 보면 뭐라고 할꺼같애 ㅠㅠ' 라고 답변을 한 종종 뚱딴지같이 귀여운 매력이 있는 내 동생. 몇 년 전부터 본가에 나와 혼자 살면서 먼지의 거슬림을 잘 알게 된 나는 본가에 갈 때마다 동생 방에 먼지가 보이면, 도대체 먼지가 이게 뭐냐, 왜 닦지 않고 지내냐며 무의식+..
*동상이몽 그랬다. 우리는 항상 달랐다. 같은 것을 보고도 느끼는 것이 달랐고, 같은 일을 겪어도 와닿는 것이 달랐다. 서로 좋아한다는 배경 하에 서로의 의견들은 존중되어져보였지만, 그래도 그 안의 균열과 갈등은 늘 존재했다. 널 통해서 보는 내 모습이 매우 궁금했었다. 날 알아주는 너의 모습이 좋았다. 날 알아가는 듯한 너의 모습이 좋았다. 넌 항상 날 궁금해했다. 날 궁금해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나는 열심히 날 설명했지만, 항상 그때 뿐이였다. 나는, 내 늘어놓은 기분들은, 늘 그때에만 꺼내져 있을 뿐이였다. 그래, 너의 생각들도 흥미롭긴 했지만 부정적인 느낌들이 많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적도 많았다. 한때는 그 생각들을 바꿔주고 싶었고, 그 생각들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싶었고, 가능만 하다면 그 깊은 곳..
*흰 양말 1. 나는 어쩌다 양말을 신었던 날이면 절대 뒤집어 벗지 않으려고 뒷꿈치를 앞으로 잡아 당긴 다음 앞코를 잡고 벗는게 습관아닌 습관인데 그냥 발목을 잡고 훌러덩 벗는 사람들이 많아 신기했다. 어릴 적부터 양말 뒤집어 벗어 놓으면 엄마가 꼭 양말을 바로 펴서 세탁기에 넣던 기억이 나서 양말을 똑바로 벗으면 그런 수고가 사라질거라는 마음에 어느 시점부턴가 양말을 제대로 벗게 되었다. 빨래할 때 뒤집어 놓은 양말이 나오면 그냥 널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되는데 또 마음이 그렇지 않은게, 괜히 제대로 원상복귀 해놓고 싶고, 마음이 불편해서 꼭 한 번은 더 만지게 되더라. 양말은 제대로 벗자. 보는 사람도 편하게. 2. 명절에 할머니가 고이 간직했던 양말을 나한테 줬다. 내가 발이 시렵다고 했기 때문에 ..
*후유증 1. 초등학교때는 토요미스테리, 전설의 고향 이런 프로그램을 보고 처녀귀신이 제일 무서웠고, 중학교때는 여고괴담시리즈를 본 후 귀신이 진짜 너무 무서웠는데, 이젠 부산행을 지나 킹덤(아직 시즌1에 고작 1회만 봤다)을 보고 좀비가 너무 무섭다..... 무서운 영화나 프로그램을 본 후 일상생활에서도 상상하게 되버리는 후유증이 있는데, (부산행보고 그 당시 회사 출장때문에 KTX탈때마다 어디선가 좀비가 뛰어나오는 상상을 해놓고 무서워함) 내일부터는 이제 다시 후유증 시작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조선시대극이라 엄청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미 킹덤2까지 본 사람들은 전부 극찬했으니 꾸역꾸역 보긴 할 것이야.. 2. 20대 초반에 교정을 해서 20대 중반에 끝낸 후 유지장치를 계속 했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