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 1.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가끔했다. 분명 정수리까지 소름이 돋고,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겠지. 그래도 마치 변태처럼 그런 상상을 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을 바랐던 걸까. 2.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바랐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3. 어떤 재회는 생각할수록 재밌고 설렌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
*Hee 아직 칠흑같이 캄캄해서 불 켜질 곳이 많고 세상 천지에 미지의 세계가 많다고 믿고 있는, 여전히 수많은 것들이 부족하고 또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는, 작은 것이라도 꼭 발견하려고 하는,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는, 그런, 작은 존재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사과 지금껏 몇 번이고 재차 사과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 그 당시 지금처럼 추운 겨울엔 안면몰수해야만 했었는데, 그게 바른 선택인지는 아직도 의문이지만 수백 번 생각해도 귀결되는 결과는 지금이 최선이기에. 하지만 미안한 마음은 여전해서 사과하고 싶었고, 사과도 했고, 지금도 또 사과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내 마음 한 켠 그저 편하려고 자꾸 사과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
*급물살 어떤 시간엔 원래 녹음이 가득한 산 위 리조트에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근데 가보고 싶었던) 말레이시아의 명문 대학교 안에 깊숙하게 들어와 있었고, 어떤 시간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종이의 집 새로운 시즌을 보면서 마음이 두근두근하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폭신한 침대에 머리를 대고 눈을 감기가 무섭게 잠이 들었다. 어떤 시간엔 원래 파란 하늘 아래에서 예전 호치민에서 입던 호피무늬 수영복을 입고 콘도 수영장을 접수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생전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 만나서 인사를 하고, 내 소개를 하고, 비즈니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떤 시간엔 원래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딸기케익과 그린티라떼를 마시고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나는 원..
*스콘 '한국 KFC스콘은 좋아하는데, 여기 KFC는 스콘이 아니라 빵을 주더라!' '텍사스치킨 스콘도 맛있어! 겉에 달달해!' '난 그 겉 달달한 거에다가 쨈이나 버터나 더 추가해서 먹는걸 좋아해!' 스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가고 있지만, 스콘(의 퍽퍽한 식감)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저 웃으며 맥주나 들이키고 있었다. '넌 어때?' '난 스콘 별로 안좋아해' '아..' 역시나 대화는 내 앞에서 뚝 끊겼다. '스콘보다 맛있는 빵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속으로 괜히 외쳐보았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
*호떡 1. 꽤 오래전 겨울, 추운 남포동 골목에서 굳이 줄을 서서 호떡을 사 먹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예능에서 부산 씨앗호떡 먹방이 큰 인기를 얻었고, 덕분에 원래도 유명했던 씨앗호떡이 더욱 유명해져서 추운 겨울에도 온갖 씨앗호떡 부스 앞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아마 그때가 내겐 두 번째 부산 방문이었는데, 부산엔 연고지가 전혀 없었던 나는 그 뒤로 부산에 생각지도 못했던 각기 다른 사람들과 여러 번 더 방문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2. 겨울에 길을 걷다 보면 조그만 부스 안에서 붕어빵보다 호떡을 마주칠 때가 더 설렜다. 동그랗고 보기만 해도 말랑한 반죽을 반들반들 기름판에 철퍼덕 놓은 뒤 호떡 모양을 만드는 도구로 꾹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면서 군침을 다시는 그 시간. 갓 나온 호..
*달력 이사 올 때 그 많던 달력을 다 버렸다. 날짜가 무슨 소용이람. 아직 올해가 한 달이나 더 남았지만, 더 이상 날짜의 의미가 없어 보였다. 날짜에 얽매일 필요도, 디데이를 세며 기다리고 있는 날도 없었으니까. 하루하루 꽉 채워 보내면 그걸로 그만이니까.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생김새가 다른 네 사람이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brunch.co.kr/@doranproject http://doranproject.tumblr.com
*작심삼일 세워둔 계획을 막 미루고 싶을 땐 다이어리에 적어둔 의미심장한 문구들을 찾아 읽는다. 과거에 내가 했던 결심들, 들었던 조언들, 가족들이 써준 편지, 소중한 친구들이 해준 응원들 등등. 그러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마구 사명감 비스무리 한 것들이 조금씩 꿈틀거리면서 계획을 실행할 동기의 밑거름이 되어 준다. 하지만 이것도 건강하고 튼튼한 체력이 뒷받침되는 전제하에 가능한 이야기. 몸이 피곤하면 동기고 뭐고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는 게 현실. 체력관리를 잘하자.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고, 서로 하는 ..
*스케일링 언제부턴가 일 년에 한 번씩 내가 교정했던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받게 되었는데, 그럴 때마다 마치 피부과 시술(해본 적도 없으면서)을 하고 나온 것처럼 마음이 후련하면서 더욱 나의 몸의 일부가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들었다. 기분 좋음은 덤. 그런데 말레이시아에 온 이후로 치과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일단 말레이시아엔 기본적으로 치과 치료 비용이 한국보다 비싸고(병원도 마찬가지. 현지 보험이 없다면 더더욱 비싸짐), 여기서 오래 살던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충치가 있어도 이곳에서 완벽하게 치료하지 않고 대충 급한 대로 수습만 한 후 한국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는다고 한다. (역시 병원 진료도 마찬가지!) 아무튼 여러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기선 작년에 편도염 때문에 두어 번 병원에 간 것과, 재..
*도란도란 프로젝트 1. 우유, 여름, 귤, 향기, 가을의 전설, 손톱, 사탕, 신기루, 꿈, 밥, 염색, 연필, 눈빛, 선인장, 손가락, 달리기, 정리, 비, 시계, 바람, 국가, 밤, 맥주, 가로등, 위선, 메모, 얼음, 단발머리, 야망, 잠, 비행기, 입술, 우산, 결혼식, 기차, 인연, 짐, 감기, 안개, 달력, 집, 물방울, 겨울, 콩, 30분, 만약, 여행, 동생, 지갑, 진짜, 내 인생의 물음, 소세지, 같으면서도 다른, 버스, 가장 즐겁고 재미있었던 식사 혹은 술자리에 대한 기억, 발자국, 발, 스케치북, 운동화, 영화, 특별함, 환절기, 토마토, 도전, 질투, 수영, 할아버지, 항상, 자유시간, 서울, I'm Not The Only One, 양말, 흔적, 게으름, 행복한 아이들,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