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데 있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의 가치를 제대로 아는 것이지만 그것을 알기에 사랑은 얼마나 보이지 않으며 얼마나 만질 수 없으며 또 얼마나 지나치는가.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하고 지나치는 한 사랑은 없다. 당장 오지 않는 것은 영원히 오지 않는 이치다. 당장 없는 것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으므로.

그렇더라도 사랑이 없다고 말하지는 말라. 사랑은 없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불안해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고 믿으려는 것이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해지는 걸 못 견뎌하는 것이다. 사랑이 변했다,고 믿는 건 익숙함조차 오래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뿐이다. 사랑은 있다. 사랑이 없다면 세상도 없는 것이며 나도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것이며 결국 살고 있는 것도 아니질 않는가.

그렇다고 사랑만이 제일이라고 생각하지도 말라. 사랑은 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 사랑할 때의 행복을 밖으로 제대로 드러낼 수 있는 상태가 사람을 키운다. 애써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넘치는 상태만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사랑으로 하여금 인간을 어려운 일에 빠지게 하는 일. 그것은 신이 하는 일이다. 그 어려움으로 하여 인간을 자라게 하는 것이 신이 존재하는 구실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어려운 고통을 겪어야만 행복으로 건너갈 자격을 얻는다.

신이 어떠한 장난을 친대도 사랑을 피할 길은 없다. 그냥도 오고 닥치기도 하는 것이고 누구 말대로 교통사고처럼도 오는 것이다. 사랑은, 신이 보내는 신호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게 된다. 그것도 신이 하는 일이다. 죽도록 죽을 것 같아도 사랑은 남아 사람을 살게 한다. 

그래, 사랑을 하자. 사랑을 하더라도 옆에 없는 사람처럼 사랑하자. 옆에 없는 사람처럼 사랑하는 일, 그것은 사랑의 끝이다. 완성이다.

인간적으로 우리 사랑을 하자. 인간의 모든 여행은 사랑을 여행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랑 안에서 여행하게 되어 있다. 사랑을 떠났다가 사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사랑은 삶도 전부도 아니다. 사랑은 여행이다.

사랑은 여행일 때만 삶에서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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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인연이네요

그시간 2013.07.15 23:26




우리들은 사실 그렇게 생겨먹었다. 인연읜 시작은, 그토록 어리숙하고 애매하게 첫 단추를 꿴다.

마치 첫 여행이 그런 것처럼.


별 기억이 아닌데도 한 사람의 기억으로 웃음이 날 때가 있다. 돌아보면 그렇게 웃을 일이 아닌데도 배를 잡고 뒹굴면서까지 웃게 되는 적이. 하지만 우리를 붙드는 건 그 웃음의 근원과 크기가 아니라, 그 세세한 기억이 아니라, 아직까지도

차곡차곡 남아 주변을 깊이 채우고 있는 그 평화롭고 화사한 기운이다. 인연의 성분은 그토록 구체적이지도 선명하지도 않은 것으로 묶여 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좋아지면 왜 그러는지도 모르면서 저녁이 되면 어렵고, 밤이 되면 저리고, 그렇게 한 계절을, 한 사람을 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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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떄는 소호였다. 사무치게 살고 싶은 곳. 그곳에 가면 내가 살면서 앓던 모든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지내고 속해 있던 고만고만한 세계가 흠씬 두들겨 맞는 느낌이랄까. 

오래전 한때의 소호는 그런 설렘과 긴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동네였다.

그때 당신과 나는 소호에 있었다. 당신과 처음으로 향한 먼 곳이었다. 어떤 도망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혼자 소호에 있다. 그때 당신과 내가 머물던 호텔의 건너편이다.

새벽녘 저 창문을 열고 창밖으로 머리를 내고 담배를 피우던 기억. 

담배를 피우는데 어디선가 커피향이 몰려와서 주방에 전화를 걸어 아침을 시켜먹던 기억.

그때는 바깥으로 이 거리가 있는 줄 몰랐다. 그때는 그 작은 방 안에 당신과 나의 모든 것이 엉켜 있었다.

당신이 나에게 신발을 사주었었다.

당신 혼자 며칠 더 머물러야 했다. 내가 며칠 먼저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나에게, 신던 신발을 버리고 갈 거냐고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너무 오래 신어서 버려야 마땅한 신발이었다.

아주 어려웠던 때 사신은 신발이라 버리기 뭐했지만 버리겠다고 했다.

뭐든 다 끌어안고 살지 말고 조금씩 버리고 살라는 당신의 말을 듣고 싶어서였겠다. 아마도.

가방을 싸면서 낡은 신발을 휴지통에 버리려 하는데 당신이 말했다. 


"거기 한쪽에 두고 가. 그냥 내가 바라보게."


어쩌면 이토록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그 말이 생각나는 걸까.

그 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는 걸까.

단지 우리가 며칠 머물던 호텔의 건너편 쪽에 앉아 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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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량

그때 2013.07.14 02:59

서로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고 있더라도,

그 상대방과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 수 있다.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정말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서 듣고 있는지,

아니면 내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에만 몰두하는 건지,

느껴진다.

그럴 땐, 내가 지금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표현. 

표현은 중요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더더욱 중요하다.

자신은 표현을 한답시고 하지만, 상대방은 그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상대에게 맞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게 표현을 하는 것도 정말 능력이다.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 라는 말은 뜬 구름 잡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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