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속 시원해 1. 이번에 MCO만 풀리면 머리 짧게 자르고 매직해야지! MCO 때문에 헤어샵을 갈 수가 없으니 비자발적으로 머리를 길렀다. 이러다간 거지존도 넘어설 기세. 물론 테니스랑 러닝, 홈트 등 운동을 할 때는 머리를 바짝 묶는게 편하긴 한데.. 그것 빼곤 머리 숱 많고 굵은 모발을 가진 나는 머리 감을 때도 피곤할 때가 종종 있다. 삼십 몇 년을 살면서 머리를 확 자르고 난 후 특히 머리 감을 때 가벼워짐과 속 시원함을 수차례 느낀 나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 속 시원함을 느껴볼 예정이다. MCO만 끝나면! 2. 영어에 대해선 언제쯤 속이 시원해질까. 언어는 평생이라고 하던데. -Hee ------------------------------------------------------------..
*개코 내가 사는 콘도 G층에는 코인세탁방이 있다. 2층 주차장에 갈 때마다 아래 코인세탁방에서 올라오는 향이 너무 좋다. 건조되서 뽀송뽀송한 느낌의 향이라고나 할까. 세제 향인지, 섬유유연제 향인지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그 향만 맡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자주 가는 테니스장 3번 코트 앞을 지나가면 순간 그 곳을 지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진한 꽃향기에 매료되는 것처럼. 이상하게 코인세탁방 바로 앞을 지나갈 때보다 2층 주차장에서 맡는 세탁방 향기가 더 좋다. 기분 탓일까. 생각해보면 세탁방 향이 약간 베이비파우더 향 같기도 한데, 내겐 그 향이 맞지 않은 향이기 때문에 더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베이비파우더 향 향수를 선물받았는데 내 몸에 뿌려보니 그 뽀송한 베이비파우더 향이 오묘하..
*동심 1. 할아버지, 할머니랑 삼촌들이랑 부모님이랑 다 같이 살았던 어릴 땐 30대였던 삼촌들만 봐도 되게 어른같이 보였는데 (같은 30대였던 부모님은 뭐 말도 못 하게 어른이었고) 사실 어른같이 보인다는 게 뭐든 스스로 옳은 결정을 할 수 있고, 뭐든 다 잘 해낼 수 있고, 조카들 피자 사줄 정도로 돈도 많이 벌고, 정말 누구보다도 의젓하고, 올바른 일들만 할 줄 알았는데. 삼촌들이 (부모님을 제외하고) 내가 어렸을 때 가장 가까이했었던 유일한 30대들이었다. 특히 둘째 삼촌은 약간 유오성(얼굴형과 까무잡잡함이 닮았다)의 매우 매우 순한 버전처럼 생겼는데, 항상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먼저 하고, 일도 궂은일을 많이 했었고, 아무리 피곤해도 조카앞에서는 항상 묵묵하게 웃는 얼굴을 많이 보여줬던 기억이 ..
*공허 1. 뭐라도 채워야 흡족해지는 마음. 아주 가끔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도 해야 놓이는 마음도 있다. 2. 자꾸 돌이켜보다가도 창창한 앞날들이 모두 돌이켜보는데 쓰여버려서 정작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마음에 다시 책상을 정리해보고. 다이어리를 끄적여보고. 모아둔 스티커를 잔뜩 붙여도보고. 3. 그동안, 그만큼 공허했으면 됐지! 다시 채워나가면 되지 뭐! 4. 아주 작은 상처일지라도 어딘가 아프고 나면 간절히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 결국 돌이켜보면 대부분 엄살이였던 것일수도 있겠다. -Hee --------------------------------------------------------------------------------------- 도란도란 프로젝트 나이도..
*구독중 평일내내 말레이시아 시간으로 6시마다 아웃스탠딩에서 메일이 온다. 나름 양질의 콘텐츠를 읽기엔 꽤 괜찮은 서비스다. 하지만 1년 정도 구독해보니 글을 쓰는 사람들이 정해져있긴 하다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그들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서비스라 꾸준하게 구독하고 있다. 최근에는 김민준 작가의 '계절일기'를 구독했었다. 우연히 3~4년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작가였는데 그 작가는 안양천을 자주 달렸다. 당시 내가 가산에 살았을 때 나도 안양천을 즐겨 간지라 신기했었고, 그의 글들이 괜찮아서 팔로잉했다. 그리고 '시간의 모서리'가 나왔을 때 책을 구입해서 읽었는데 너무 글이 마음에 들어서 그 뒤 신작들도 몇 번 구매했었다. (내가 처음 구매한 시간의 모서리는 진한 파랑색이였는데 요즘 시간의..
*입대 1. 10년도 더 전에 입대한 네 덕분에 일말상초라는 말도 알았고, 그리움도 느꼈고, 덩달아 자유도 느꼈어. 네가 입대하지만 않았어도 아마 나는 너에게 더 오래 귀속되었겠지. 그게 행복이라고 느끼면서. 그게 안정적이라고 느끼면서 말이야. 네가 입대한 덕분에 나는 자유로움을 되찾았고 너의 연애 방식, 그리고 나의 연애 방식이 꽤나 잘 못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 그 뒤 너의 부모님이 너보다 더 많이 생각났지만 네가 아니였으면 아예 만날 수 없을 분이라는 것도 알았기 때문에 그렇게 담담하게 마음을 내려놓았었던 것 같아. 너에겐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게 내겐 수많은 터닝포인트 중 하나였어. 2. 먼 길을 내려와 내 손에 들려준 무지개색 봉투에 담긴 무지개색 편지들이 종종 생각나. 안에 그려져있던 ..
*호캉스 1. 아직까진 좋은 호텔에서 쉬는 것보다는 해가 떠있을때부터 해가 질때까지 튼튼한 두 다리로 걸어다니고, 밤이 되면 아무렇게나 계단에 걸터앉아 맥주마시며 깔깔대는 것이 더 힐링인걸. 2. 과거에 친구들과 함께 호텔에서 놀다가 다음날 조식먹을 때 그랬다. 그냥 아침에 일찍 만나서 조식만 먹고 싶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을 나가든, 산책을 가든, 맛있는 음식을 먹든, 등산을 가든 뭐든 하는 건 좋으니까. 3. 두툼하고 매우 폭신한 호텔 침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두툼한 이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4. 생각을 정리하거나, 리프레쉬가 필요할 때,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을 땐 실컷 땀흘리며 운동하거나 파란 하늘 아래에서 나무들을 마음껏 보는 것이 내겐 최고의 방법이다...
*편지(2) 1. 사실 지난 내 생일에는 황당한 편지를 받았다. 친한 회사 동료이자 나의 첫 말레이시아 친구 Y가 나한테 선물과 편지를 줬는데, 편지를 열어보니 구구절절 좋은 말들이 가득 했었지. 물론 영어였지만 'brave', 'genuine', 'adventure', 'dear'등 빼곡하게 깨알같이 꾹꾹 눌러 쓴 느낌의 편지를 보고 감동했었는데... 읽어보니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지 뭐람. 주어가 Y and I 로 되어있는 거야. 응? Y가 쓴건데 왜 자꾸 Y랑 I라고 되어있지? 싶었는데, 알고보니 Y의 남자친구가 내게 쓴 편지였다. 물론 Y의 남자친구도 전에 만난 적이 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그 Y의 남자친구 시점에서 쓰여 있는 편지였다. 그래서 Y에게 그대로 말했다. '이거 주어가 이상해! 난..
*거스르다 1. 대체로 마음속으로 결정을 해 버리면 옆에서 누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잘 먹히지 않는다. 아무리 대세라는 것이 그렇다 하더라도..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지. 나를 가장 적극적으로 말렸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그 친구는 솔직하고 소신 있게 내게 '나쁘다'라고 말했다. 보통은 내 생각이 얼마나 확고한지 들어보곤 그냥 어차피 말해도 안 들을 거 아니까 속으론 그렇지 않더라도 겉으론 그냥 내 뜻에 그렇게 해보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는 달랐다. 하지만 난 그 친구의 말대로 '나쁜' 사람을 선택했었다. 결과도 물론 좋을 리 없었지만. 2.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내가 옳다고 믿는 방향에 대해 말을 꺼냈지만 사실 그 사람은 좋은 걸 알면서도(뻔한 이야기지만 정말 모를 수도 있고...
*크리스마스 1. 더운 여름만 가득한 날들 사이에서 괜시리 따뜻해보이기만 하는 반짝이는 조명들과 빨간색과 초록색, 그리고 하얀색 솜뭉치와 털들로 가득한 크리스마스 장식품들이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트리는 사지 않기로 마음 먹었지만 산타에게 선물 받은 것처럼 거실에 트리를 두니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구나 싶었다. 언젠가 천장이 높은 집에 내 키보다 높은 트리를 꾸미고 싶다. 2. 어렴풋이 떠오르는 19살 크리스마스는 파인애플을 안주삼아 맥주만 벌컥벌컥 들이키고 친구 자취방에서 밤새 토한 기억 뿐인데. 10년도 더 지난 올해 말레이시아의 크리스마스는 막걸리, 소주, 라거, IPA, 백세주 등 온갖 술을 다 마시고 목청이 터져라 깔깔대고 웃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 지난 몇달간 파티(?)같은 약속했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