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2025년 여름 일기 9

puresmile 2025. 11. 19. 16:31

#33일차 
5-6년전 뉴욕 센트럴파크 마라톤 대회에 나간 이후, 여행지를 정할 때 마라톤 대회가 있는지 제일 먼저 검색해 본다. 정말 운 좋게 내가 여행하려고 계획하던 때에 마라톤 대회가 있던 적이 있다. (이번 신혼여행때가 그랬다) 만약 대회가 없어도 꼭 러닝화를 챙겨서 여행지 아침에 뛴다. 내일 새벽, 구마모토 일대를 뛸 예정이다. 벌써 신나! 







#34일차 
이번 여행에선 산에 가고 싶어서 등산화를 챙겼고, 이른 새벽에 러닝하려고 러닝화를 챙겼다. 그리고 평소에 마구 걷고 싶어서 슬리퍼나 샌들 대신 운동화를 챙겼다. 구마모토 도착 첫 날, 산 입구에서 등산화로 갈아 신고 산에 올랐다. 활화산이라서 까맣게 변한 요상한 흙을 계속 밟을까 싶었는데 내가 일본에 도착하기 전날까지 왔던 기록적인 폭우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작고 큰 돌들이 길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어서 다시 한번 내 발목을 지켜주는 등산화의 소중함을 알았다. 그리고 과음으로 인해 다음날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버려서 러닝은 못할까 싶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는 날 새벽에 눈이 번쩍 떠져서 주섬주섬 러닝화를 신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른 아침이라 한적한 골목길을 뛰어다녔고, 도로 중간에 트램이 다니는 철로를 지나 공원 근처에 돌길도 뛰었다. 딱히 뛸 곳이 마땅치 않다고 생각하던 찰나 저 멀리에서 뛰어오는 또 다른 러너를 보고 로컬 사람들도 이 곳을 뛰긴 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는 순간 그 러너가 반갑게 '오하요-'라며 인사를 했다. 나 역시 '오하요!!'라고 큰 소리로 인사하자 힘이 더 나서 신나게 뛰었다. 뛰다가 어떤 공원 근처 주변을 돌았는데 눈 앞에 엄청난 수와 꽤나 가파른 경사의 돌계단이 나타났다. 돌계단 꼭대기가 궁금해서 열심히 오르고 있는데 위에서 내려오던 노부부가 '오하요 고자이마스'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줬다. 왠지 모를 휴머니즘을 마구 느끼며 나도 반갑게 인사했고, 거의 다 뛰었을 무렵 골목길에서 어떤 산책 중인 할머니를 만났는데, 멀리서부터 보셨다며 '각꼬이데스'라고 말해주셔서 또 기분이 좋았고 신이 났다. 한국 가는 날이라서 조금 더 잠을 잘까 싶은 마음이 1초는 있었는데 역시 가져온 러닝화는 신어줘야 하고, 새벽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아침 에너지를 오늘 저녁까지 가져왔다. 좋은 에너지는 날 더욱 건강하게 해준다. 다음 여행때도 러닝화를 꼭 챙겨야지. 그리고 산이 있다면 등산화도!






#35일차 
어제 일부러 일찍 잠을 청해서 여독(旅毒)은 없었지만 사무실에 남은 여독(餘毒)으로 인해 나까지 옮을 뻔했다. 다행히 마음이 다 옮지는 않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후유증은 있었다. 이럴때를 위해 쟁여둔 생각, 사진, 영상들을 꺼내봤다. 이대로 저대로 살 수는 없다. 더 큰 뭔가가 필요해. 








#36일차 
가진게 충분히 많아도 베풀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다. 자신이 가진게 없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아예 남에게 베풀 생각이 없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를 보며 느끼는 것이 많았다. 나는 조금 더 마음을 넓게 써야지. 물질적인 것 외에도 더욱 마음을 크게 먹고 이해하고 포용해야지. 뭐 그런 마음들. 해 버릇해야 행해진다. 

 

 

 

#37일차
가을이 다가오는 게 느껴지는 아침 저녁. 괜히 해가 짧아지는 것 같다. 여름이 가는게 아쉽고 슬프다. 다음주에는 캠핑으로 여름을 잡아봐야지. 그 다음주엔 등산으로 여름의 끝자락을 붙잡고 늘어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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