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1.
잠시 현실에 안주하나 싶다가도 문득문득 그리워지는 장소와 시간, 계절이 있다. 늘 혼자서만 그리워했는데 이제는 함께 그리워할 수 있고, 그립다고 말하는 마음을 마음껏 전할 수 있고, 그날의 나와 함께 있어서 내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고, 내 마음을 가장 잘 알아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감사하다.
2.
오전 6시~7시 사이에 눈이 떠지면 자동으로 일어나서 창밖을 한번 내다보고 스트레칭하던 날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강한 햇볕이 바로 들이닥치므로 해가 뜨기 전에 나가서 러닝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좋은 시간은 6시 10~20분 사이. 그때 나가서 한바탕 뛰고 해가 강한 존재감을 나타내려고 할 때 러닝을 마치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그런 날들이 문득 떠올라서 어제 아침에 러닝화 끈을 질끈 묶고 마냥 발이 닿는 대로 뛰었다. 주말 아침이라 차도, 사람도 거의 없는 한적함을 벗 삼아 모르는 골목도 들어가 보고, 괜히 안 오르는 언덕도 뛰어 올라가 보고, 평소엔 갈 일이 없는 길들도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 베트남, 미국. 그리고 갑자기 미래엔 어디서 또 러닝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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