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듣기전엔 몰랐다. 너무 이해가 안되고, 서운하기도 하고, 정말 또 다시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생각해도 또 이해가 안되었는데,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시간들이였다. 그러니 모를 수 밖에. 그의 어린 시절은 그랬다. 눈을 뜨고 일어나면 어느 누구도 말동무할 사람, 대화상대가 없고, 마치 배급처럼 때가 되면 밥을 먹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도 텅 비어있는 집이 늘 그를 반겨주었고, 그 공간은 그냥 그의 놀이터, 그만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 안에서 그는 혼자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덕분에 혼자 가만히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고, 누군가와 의논을 해서 해결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정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터득했고, 살아갔겠지. 혼자만의 템포대로 생각..
초상이 난 것처럼 울었다. 울어도 울어도 끝없이 눈물이 났다. 다음날 아침에 퉁퉁부운 눈으로 학원에 갔는데, 갑자기 칠판이 흐릿하게 잘 보이지 않았다. 원래 내가 눈이 안 좋은 것도 있지만, 그래도 책상과 칠판 사이의 거리는 그나마 보였는데, 그것도 안보였다. 순간 겁이 났다.예전에 어떤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몇 년 전 자식을 억울하게 먼저 보낸 어머니는, 그 몇 년을 수없이 울었다고 한다. 울고 또 울고, 너무 많이 울어서 이젠 시력이 거의 안좋아져서 실명위기까지 왔다는 이야기였다. 갑자기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너무 두렵고, 겁이났다. 그랬었다.
내가 술에 잔뜩 취해도 부를 이름이 없다
제일 안정적이면서도 제일 불안할 때다. 예전엔 제일 안정적인 이 때, 방심했다. 그러다가 호되게 당했지. 그렇게 상황이 반복되니까, 이젠 안정감과 불안함이 같이 와서, 뭔가 잠이 오지도 않는다. 어디까지 나는 안정감을 느껴야 할까. 사람이 사람인지라, 안정감을 느끼면 그냥 계-속 안정하고 싶은게 인간심리인데. 영원히 안정하고 싶은데 그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니까. 언제 또 불안정함이 내게 다가올지 몰라 불안하면서도 마음의 동요가 없이 편안하면서도, 이상하다. 두 마음이 혼재하여 결국 내 잠을 방해하는 것인가.
기획서는 최선일 순 있어도 최고일 순 없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특히 나와 가까운 사람일수록 변해가는 모습을 더 빨리 느낄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초반에는 보고싶다, 사랑한다 등등 너무 달콤한 애정표현을 많이 해서, 나로 하여금 이 사람은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구나.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너무 잘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냐는듯이, 마치 처음부터 표현을 못했던 사람처럼 표현들은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또 다른 예는 성격과 가치관 자체가 변하는 사람도 봤다. 예전에는 말 그대로 순둥순둥하고 좋던 싫던 내색도 안하고, 그냥 물 흐르듯 살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고 (여러 경험들을 하면서) 염세적이 되어버리고, 세상에 대한 불평은 제일 먼저 큰 소리로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오래 보는 ..
-노란색이 나아? 검정색이 나아? -그건 이렇게 예쁠까? 저렇게 예쁠까? 고민하는거지. 다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