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아침에 일어나서 맑은 공기 마시며 기지개 펴고,여름이면 눈 비비고 요가 매트 들고 밖으로 나가 스트레칭도 하고,겨울에도 담요 둘둘 걸치고 따뜻한 커피 들고 하늘 보면서 마시고,동그란 보름달이 뜨는 밤엔 바깥에 나가 별구경, 달구경 하고,눈이 오면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째즈나 캐롤 틀어두고 눈 구경하고,이불 빨래는 쨍쨍한 햇볕 아래 뽀송하게 말리고.아파트보다 내 기준 더 살기 좋은 환경을 찾고 있다.난방비, 전기세가 얼마나 나올지는 아직 가늠이 안되지만,벌레들이랑 얼마나 많이 마주칠지는 모르겠지만,일단 차근차근 해보자고.-Hee ····················································································도란도란 프로젝트..
*빈칸인생에 있어서 빈칸을 의식적으로라도 만들어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더욱.새로운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빈칸,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일 빈칸,마음속 수많은 갈래로 뻗어나가는 생각들 중 유턴이 가능한 빈칸,무언가를 다시 쌓아나갈 수 있는 빈칸,누군가를 포용할 수 있는 빈칸,또다시 시작할 수 있는 빈칸,좋은 취미와 난생처음 듣는 음악을 넣을 수 있는 빈칸 따위들 말이다.-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
*척추회사에 척추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내 면접을 봤었던 면접관이었다. 그 면접에서 나는 불안과 긴장보단 위안을 얻었고, 여러 조건들이 잘 맞아 입사를 했다. 입사 초반에 여러 업무를 배우기 위해 그분과 가까운 자리에 앉았었는데 인상 깊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 처리는 당연히 완벽했고, 상황에 따라 팀원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해야 할 때에도 감정 하나 섞이지 않고 원인과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들을 깔끔하게 설명하다 보니 모든 팀원들이 다 그 분을 따르고 좋아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 나는 다른 부서로 옮겨갔기 때문에 그 분과 업무적으로 거의 겹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 리더의 모습은 딱 저런 느낌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까이서, 멀리서 지켜봤다. 낯선 지역, 낯선..
*시험1.불가피한 학교 시험, 자의에 의한 시험 모두 스트레스를 동반하지만 시험 보기 직전, 시험 준비가 어느 정도 다 되었다고 생각해서 자신감 70%, 혹시 모를 (내가 공부하지 않은 범위가 나온다든지, 공부를 한 부분이지만 너무 심화로 변형되어 나온다든지 등등) 일에 대한 불안함 15%, 떨림과 긴장감 15%가 내 몸의 전체를 짜릿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오는 짜릿함을 느끼는 내가 변태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다. 2.아무 걱정 없이 학교 시험을 대비한 공부만 했던 때가 좋았던 때였을 지도 모른다. 3.대학교 시험 기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종종 과거에 도서관도 못 가게 한 사람이 생각난다. 나를 꽁꽁 숨기고 싶어 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었던 것인지, 도무지 지금도 그 심정은 알..
1.말레이시아에 있었을 때 한국인을 만나면 무지 반가웠다. 그래서 더 진심으로 대했는지도 모르겠다. 더 잘해주고 싶었고,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런데 상대방은 그게 아니었나 봐. 더 이상 ‘아는 사람’에서 ‘친한 사람’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였다.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대화를 걸고, 내가 먼저 웃었던 것 같다.2.먼저 말을 거는 편이 훨씬 많았다. 낯을 가리지 않으며, 어색한 공기도 싫어하는 편이니 꽤나 누군가들에게 말을 시켰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잘 믿었다. 같은 공기 흐름 속에서 함께 웃고 있으면 순진하게도 상대방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내겐 “밥 한 번 먹자”가 진심이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는 모양새에 실망이 컸다. 사실 기대를 안 했으면 그만..
*백날 해봐라1.어떻게 보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고 늘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오늘 읽은 책에서 인생엔 비관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매사 밝은 면만 보면 실망감이 크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등 살짝 뼈가 있는 문장들이 계속 서술됐다. 새로운 시각이라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같은 맥락을 가진 글 중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면역력을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앞뒤 맥락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 나의 상식 밖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2."너..
*모순1.하루가 다르게 아침과 밤이 차가워지고 있다. 아직 나는 여름을 떠나보낼 준비가 안됐는데 바깥공기가 차가워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어제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공기가 서늘해서 혹시 베란다 등 집에 문이 열려 있는 곳이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봤는데 당연히 모든 창문들이 닫혀있었다. 찬 공기에 거의 등 떠밀리듯 압축팩에 넣어둔 겨울 이불을 꺼냈고, 여름 이불은 세탁했다. 압축팩을 꺼낸 김에 겨울옷들을 모두 꺼내 서랍장과 행거에 가득 채웠고, 여름 옷들은 다시 압축팩으로 들어갔다. 요 몇 년 사이 여름의 기억들이 좋아서 겨울은 더욱 내 안에서 열세했다. 추위로 인해 나도 모르게 어깨가 움츠러들고, 운동을 할 때 (특히 테니스) 효율이 극히 떨어지고, 겨울밤은 그저 외면했었던 나의 겨울들. 이제는 ..
*오늘 하루 감사한 일 3가지1. 나이에 상관없이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봤는데, (빠르진 않지만 꾸준히) 달리기를 해도, (급하게 제동을 걸거나 방향을 트는 일은 없지만) 테니스를 쳐도, (한국은 주로 등산로가 잘 되어 있어서 비교적 편안한 길이 많은) 등산을 해도 아직 멀쩡한 무릎에 감사함.2. 집 바로 건너편에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함.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을 확인한 뒤 바로 에코백 하나 어깨에 메고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다. 지금 살고있는 이 집을 선택할 때 바로 옆 도서관만 보고 바로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3. 비슷한 식성과 취미를 즐길 수 있고, 나의 어떠한 생각들을 늘어놓아도 공감할 수 있고, 가끔 맥락 없이 엉뚱한 이야기를 해..
*의심1.지난여름 한창 잎사귀가 가득하고 몇 개의 꽃대가 창문 앞에서 하늘하늘 흔들렸었는데 겨울이 되자 꽃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많던 잎사귀들도 모두 갈색으로 변해 시들어버렸다. 이제 이 스파티필름이 죽어버린 걸까, 이 화분의 생명이 정말 끝난 걸까, 발만 동동 구르고 어찌할 줄 모르던 찰나에 갑자기 집에 놀러 온 엄마가 멋지게 다크호스처럼 가위를 들고 와 시든 잎의 줄기들을 몽땅 잘라내버렸다. 푸르던 스파티필름은 어느새 줄기의 아랫부분만 삐죽삐죽 남아 볼품이 없어져 버렸다. 엄마는 그런 날 보며 괜찮다며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원래대로 물을 주면 금세 큰다고 하고 쿨하게 돌아갔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고, 따뜻해지니 어느 날 갑자기 그 삐쭉이 같던 스파티필름이 초록색 줄기들을 마구 뿜어냈..
*불필요한 것들1. 다음날 남는 것도 없고 별 시답지 않은 것들을 하며 새벽을 지새우는 것-그 시간에 잠을 자고 더 퀄리티 있는 다음날(아침)을 즐기자고 생각하는 요즘.2. 선택을 미루게 하는 많은 망설임-할까 말까 망설일 땐 그냥 해버리자는 마인드로 살고 있다. 표현도, 행동도, 생각의 꼬리를 잡는 것도, 누군가에 대한 안부도, 마음속 깊이 담겨있던 말들도.3.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남의 걱정-누군가의 하소연을 듣고, 같이 공감해 주다 보면 갑자기 깊게 감정 이입이 되어 헤어지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 '그녀의 상태가 괜찮을까.', '그의 하루가 괜찮을까' 등의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기에 오로지 해답은 그녀 또는 그의 마음에 달렸다.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