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끝1.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원히 보지 않을 사람(들)이고, 곧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관계들은 일주일 전, 한달 전의 나를 비웃듯 기약 없이 이어져 가게 되었다. 반면 나랑 평생 알고 지낼 것 같았던 사람(들)은 인연의 끈이 허무하게도 쉽게 끊어져 버렸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 같은 일일까. 며칠 전 친구와의 대화가 떠오른다.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어디서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모르니 어디서든 잘 해야 한다고. 근데 그게 말이 쉽지.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잘하는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2.지금은 연락을 하지 않지만 가끔씩 대화하고 싶다고 생각이 드는 대상이 있다. 그 대상과의 대화가 그리운 날들이 있다. 그렇게 끝을 내지 말걸. 아니 끝을 맞이하도록 두지 말걸 그랬나. 3.관계를 ..
*생일선물1.며칠 전 다이소에서 포장지를 산 적이 있다. 오랜만에 포장지를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포장지의 종류가 많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종이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비닐 재질의 포장지를 살 건지 혼자 열심히 만지작 만지작거리다가 갑자기 초등학교 때 서점에 갔던 일이 떠올랐다. 아마 누군가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골랐고, '포장해 주세요'라고 말하면 서점에 있는 주인(또는 아르바이트생)분이 손가락으로 포장지 네다섯 개가 담긴 길쭉한 나무 박스를 가르키며 원하는 포장지를 고르라고 했었다. 짧은 시 간동안 열심히 포장지들을 보며 뭘 할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포장지를 선택했고, 서점 주인분은 그 포장지를 스윽 꺼내서 능숙하게 책을 포장해 줬다. 요즘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열심히 ..
*낙관1.골치 아픈 일들이 은근히 내 머릿속에 스며드는 요즘. 다르게 생각하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신경 쓰고 싶은 일들이기도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도 있다. 그래도 하나하나 수월하게 넘어가고 있으니까! 생각한 대로 해내면 되고, 움직이면 된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지금처럼 웃고 있을 거니까 다 잘 될 것이라고 믿는다. 2.근데 갑자기 든 생각인데, 만약 약간 스스로가 염세적이고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사람은 머리가 안 아플 순간이 있을까? 걱정만 해야 하고, 좋지 않은 결과들이 마구 떠오르면 그건 그거대로 스트레스일 텐데. 아예 뇌의 구조가 다른 걸까? 어떤 생각의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Hee ······························..
*582꼭 월요일 저녁만 되면 술이 땡긴다. 지난 일 년을 되돌아본 결과 보통 금요일보다 월요일에 술을 많이 마셨다. 금요일은 괜히 주말이 코앞이므로 테니스를 치러 갔다가 술을 먹거나, 술을 먹지 않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월요일은 테니스고 뭐고 술을 찾은 적이 많았다. 일요일엔 다음날이 월요일이라 술은커녕 저녁을 적당히 먹고 저녁에 운동을 하고 바로 잠들고, 월요일엔 시간이 굉장히 빨리 간다는 생각이 들 만큼 회사 특성상 훨씬 바쁘고 정신없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집중을 해서 그런지 몰라도 월요일 저녁은 그냥 술을 마시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일부러 말레이시아에 사는 친구와 언어 교환을 위해 영상통화하는 날을 월요일로 잡았는데, 그마저 약속이 미뤄지거나 하면 그냥 곧바로 술을 마셨다. 집이든, 밖에..
*아이스 초코 라떼맛없는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것은 실수였다. 도대체 관계에 대해선 진전이라곤 없는 대화들이 오갔다. 서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고, 자기 이야기를 하기 바쁘고, 영양가 없는 말들이 눈앞에 떠돌았다. 허탈감 외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시간들. 총기 한 줄기 찾아볼 수 없는 초점없는 눈빛으로 같은 불만들을 얘기하고, 답이 없는 걱정만 한다. 다른 관점도, 다른 생활도, 다른 방안도 전혀 없다. 표정엔 반가움은커녕 기쁨 역시 딱히 찾아볼 수 없다. 다들 웃음 소리는 내고 있지만 침울한 분위기에 숨이 막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달디 단 아이스 초코 라떼라도 주문할걸. 집에 혼자 돌아오는 길에도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한동안 멍만 때리며 걸었다. -Hee ········..
*행운모든 일엔 다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면 불운도 행운도 사실 없는 게 아닐까. 좋은 일 뒤엔 나쁜 일이 생겨나고, 한숨만 푹푹 쉬는 날이 있다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니까. 아직 모든 것에 총량의 법칙이 존재하는 것까진 100% 인정이 되지 않지만 총량의 법칙이 정말로 실재한다면 조금은 허탈할 것만 같아. -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다른 글들도 만나보세요.🔸도란도란 프로젝트 Tumblr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브런치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페이스북페이지 바로가기🔹도란도란 프로젝트 ..
*개성(다른 사람이나 개체와 구별되는 고유의 특성)1.한 공동체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거나 그 색 안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익숙해져 결국 색깔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자기만의 색을 은은하게 또는 끊임없이 발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나 역시 덩달아 무언가(명확하게 무언가인지는 모르겠지만)에 대한 동기를 얻게 되어 엔돌핀이 마구 솟는다. 숨통 트여.2.'같이 이야기하는 데 벽이 없잖아''밝은 에너지를 주니까''사람은 일관성이 있어야 해''먼저 어른들이 잘못하면 안 돼. 젊은 사람들도 보고 똑같이 배우는 거야'-Hee ····················································································도란도란 프로젝트의..
*선택의 연속1.내가 했던 선택의 결실을 당장 맺지 못해 보일지라도 모든 선택이 무의미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이 있는 한. 2.앞으로 살아갈 삶의 방향을 결정할 굵직한 선택부터 내일 아침에 마실 원두를 고르는 것 따위의 자잘한 선택들까지 여러 가능성들이 반짝이고 있다. 어떤 길을 걸어나갈지, 혹은 걷고 있는지 다 걸어봐야 알겠지만 아직은 따뜻하고 향기롭다. 3.그때 널 그냥 공항으로 보내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큰 나무가 심어져 있는 카페에 홀로 앉아 전화를 하면서 너의 물음에 내가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그때 그 시간들을 고스란히 즐기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우리는 없었겠지.-Hee ···························..
*소금빵제작년 독산에서 살 적에 집 바로 앞에 베이커리와 커피를 같이 하는 카페가 있었다. 예전에 독산에서 살던 친구가 그 곳 커피는 물론이고 빵도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해서 처음에는 거기서 판매하고 있는 원두를 사봤다. 그 원두는 바로 에티오피아 코케허니. 산미가 있는 원두를 좋아하다 보니 예전에 에딧의 커피스토리에서 먹었던 맛처럼 강렬하진 않았지만 꽤 마실만했고, 향도 좋아서 기대 이상이었다. 그 뒤로 독산에 있을 동안 늘 그 카페에서 원두를 구매했다. 어느 날 일요일 이른 오전, 일찍 눈을 떴는데 배가 고파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그 카페에 베이커리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와 동시에 예전에 친구가 그곳 소금빵도 맛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게 생각났다. 대충 옷을 주워 입고 눈 비비며 그 카페에 가보..